공부 의지를 불태우는 법
' 대치동 유학일기 ' 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공부는 타고나는 거야, 재능이야' '아니다 노력이야' 정말 갑론을박이 많은 주제인 것 같다.
필자는 꽤 다양한 학업 수준을 가진 집단에서 지내보았는데 경험상 '공부 재능론' 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부에 재능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한 번 보고 이해하고, 누군가는 한 번 보고 더 오래 기억한다.
나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쉽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좌절감에 빠지는 건 긴 공부의 과정에서 거의 일상에 가까웠다.
또한 남들이 어려워하는 걸 쉽게 해내는 나를 보며 뿌듯함, 자만, 오만을 느낀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좀 더 경험이 많아지며 느낀 것은
어린 시절 우리 부모들은,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된 이 사회는, 노력을 겉으로는 그렇게나 강조하면서
사실상 재능을 더 부러워하고, 탐낸다 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너 진짜 열심히 했구나'라는 말보다 ' 너 진짜 타고났구나'라는 말을 더 듣기 원한다. 이런 심리에 대해 필자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느끼는 데,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글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한국의 초중고 관료제 교육에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 관해 재능이 얼마나 기여하는지 말하려면
재능이라는 것의 정의를 먼저 말해야겠다.
재능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적게 공부하고 성적을 잘 받는 능력?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능력? 지겨움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
이 또한 당연히 모두 재능이라 할 수 있으나 뒤에는 나의 생각을 적고자 한다.
재능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든 우리가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게 되는 것은
재능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유전되든, 환경에서 형성되든, 물려받은 것이기에 자신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내면적 심리가 드러난 게 아닐까?
그렇기에 목표가 있는 공부라는 과정에서, 사실될 것도 같고 안 될 것도 같은 그 시간들, 내가 어차피 안될 것을 도전한다면 일찍 감치 포기하여 나의 젊고 소중한 시간을 더 재밌고 능력 있는 곳에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만약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답을 구하는 이유가 내면의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재능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는 순간부터 공부라는 것 자체는 의미 없게 된다.
성적을 더 잘 받기 위한 공부는 그것이 어느 분야이든,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하고,
그 과정이 불확실하기에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삶에 있어 공부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든, 더 좋은 업무평가를 받기 위해서든,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든,
불명확하지만 어디선가 느껴지는 그 한계의 지점에서
나의 현실과 욕망의 괴리 사이를 메꾸는 그 과정 자체는 삶의 연속이 된다.
그렇다면 공부에서 재능은 무엇이고 노력이란 무엇인가?
재능은, 내가 원하는 욕망의 지점과 현실의 괴리를 직접 보고도 외면하지 않고 견디는 힘이고, 견디기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서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고 시도하는 것을 시행하는 힘이다.
그런 재능은 어디서 올까. 가장 큰 부분은 동기부여다. 또한 욕망의 크기이다.
한국의 관료제 공부를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면에 현재보다 더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그 동기의 이유는 상관없다. 그냥 내 옆 짝꿍을 이기고 싶어서, 엄마에게 원하는 선물을 받고 싶어서, 그냥 친구들에게 칭송받고 싶어서( 이것이 '대치동 유학일기'에서 말했던 학군이 중요한 이유였다), 명문대 타이틀을 단 미래의 모습을 가지고 싶어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중요한 경험이 있었다.
학창 시절 반에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공부와는 영 거리가 먼 아이였다. 그냥 저 친구 공부에 재능 있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한창 사춘기, 그 친구는 어느 날부터 미모의 선생님에게 빠져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녔었는데, 선생님께서 자기 쫓아다니는 건 되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하셨던 모양이었다.
그 친구는 내 인생 속에서 단기간 가장 많은 성적이 올랐던 친구로 기억한다.
좋은 학군에 사는 것처럼 공부하는 의지를, 동기부여를 만들고 찾아보자.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정말로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성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습은 삶에 있어 공부를 하여 얻은 성적 그 자체보다 훨씬 내게 도움이 되었다. ( 공부는 잘 해내가는 과정 속에서, 성적이란 결과물보다 삶의 태도와 더 좋은 지혜를 얻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쯤되면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 아이는 한국식 관료제 교육에 어떤 동기와 욕망을 가지고 있는가. 그냥 주변이 하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고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스로 동하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욕망이 한국식 관료제 교육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면 재능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섣불리 정규 교육과정에 관심 없고 다른 곳에 관심 있다고 손 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식 교육 과정에 매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이를 통해 대학을 가고 , 자기 직업을 갖게 된다.
그래도 다른 곳에 재능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도전하고 싶은 영역마다, 그것이 보람으로 느껴지는 성과의 기준은 매우 다르다. 어떤 곳은 정말 바늘구멍 같은 곳을 통과하면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기도 하고( 스포츠계, 연예계라고 생각한다. 그저 지레짐작일 뿐이니 아니라고 화내지 말자).
어떤 곳은 정규 교육과정을 필수적으로 안 거치더라도 그 재능 자체를 인정해서 빠르게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기에, 학생이라고 다 덮어놓고 남들 하는 공부만 하지 말고 고민해 보자. 고민 후에 하는 정규과정 공부는 오히려 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힘도 될 것이다.
그래서 재능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뭐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다.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필자도 그래서 그냥 다들 하는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까. 그럼 이 공부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다음 번엔 소소하게 필자의 학창 시절 공부 습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혹여 댓글에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