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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캐나다 조기유학 (2)

by 한명의 생각

과거에는 존재도 몰랐던 영어유치원이 요즘은 필수인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4살 때 유명 영어유치원에 합격하기 위해 치는 레테(레벨테스트)를 치르고 이를 '4세 고시'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4살에 시험을 치려면 그전에 준비를 해야 하니 거의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2개 국어 구사자로 키우기 위해 영어를 익숙하게 하고, 또 공부 아닌 공부를 시켰으리라

필자가 초중고 학창 시절에 있을 때에도 과도한 교육열은 문제라고 생각했었고, 그래도 나라가 발전해 가니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십 년이 지난 지금은 교육열이 돌잡이까지 내려간 모양이다.




필자는 시골에서 정규교육과정에만 충실한 영어공부를 하며 초등학교 생활을 보내다가 갑작스러운 캐나다 조기유학에서 영어로 인해 곤란을 겪었다.

앞선 글에서 밝혔듯, 타지에서 처음으로 한 결심은 외국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영어 실력을 늘리는 일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어느 정도 도달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고 교육받으면서 실력을 키웠던 반면

기초적인 영어실력도 없던 나는, 기본적 대화를 위해, 외국인 친구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이란 나이에 다른 친구들은 장난치며 등교하는 스쿨버스에서 영단어 책과 , 영어회화책을 붙들고 있었어야 했다.

당연히 사교육 1번지에서 자라나 본인의 영어실력이 어릴 때부터 관심과 돈으로부터 완성된 줄 모르는 철없는 일부 아이들은 그렇게 멋없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나를 은근히 무시하거나 놀려먹기도 했다.


오기가 생겨서인지 모르겠으나 , 당시에 캐나다에 도착한 시점부터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되기 시작하는 그 시점까지는 매일 영단어와 회화를 붙잡고 공부했었다.

그건 어린 나로서 삶의 첫 인내와 고통,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었던 나는 8개월 뒤에 귀국하기 전 담당 선생님께 총평을 듣게 되었다.

'시험을 쳐보니 60명 중에 네가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60명 중에 60등이다. 그래도 이렇게 실력이 많이 발전한 학생은 잘 못 봤다. 자랑스럽다'


당시엔 정말 뿌듯했지만 돌이켜보면 늦게 시작한 영어공부는 얼마나 따라잡기 힘든지 체감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학부모 독자가 내 글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역시 영어 공부는 일찍 시켜야 하는구나, 늦게 해서 의대 가려면 이렇게 고생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필자도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다른 포유류와 다르게 언어를 매우 정교하게 구사할 수 있는 종이고 이를 위해서 다르게 발달한 뇌의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인간은 태어나기를 언어습득은 어린 나이에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영어학습의 결과적 부분만 생각한다면 어린 나이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옳은 선택이다.


그렇기에 필자도 언젠가 자녀가 생긴다면 영어만큼은 조기교육을 시킬 것 같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을 전제로 시킬 듯하다.


첫째로, 영어를 언젠가 반영될 고등학교 영어공부를 미리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정규 영어교과과정은 영어의 너무나 협소한 부분이다.

자녀의 조기 영어교육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지구촌 세상이 된 이후 존재하는 유일한 세계 공용어이며, 현재 최강대국의 언어이다.

모든 영향력 있는 최신 논문과 지식은 영어로 발간된다. 지식의 근간이 되는 대학교육과정 교과서도 모두 영어이다. 지식이 힘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영어는 필수가 되었다. 이를 목표로 영어공부를 시키거나,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과도한 경쟁 교육 분위기가 없는지 체크할 것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고 그 환경을 받아들이고 즐긴다면 그런 사교육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 보았던 기사에서 일부 학원은 유급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과도한 경쟁과 압박감은 8세 이전의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언젠가 겪을 경쟁이니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워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영아 정신 발달에는 적합한 순서가 있고 그를 어기면 부작용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나이에 적합하지 않은 경쟁에 영어 실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잘못된 경쟁 가치관, 불안감 등이 싹트게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인생의 손해를 가져온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교육세태가 안타깝지만 우리는 학부모를 욕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흐름에 휩쓸려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을 욕하는 건 있어서 안 될 일이다.

그 욕망에 발맞춰 태어난 영어유치원을 단순히 법적으로 제지하려는 정부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비판이 있으니 그에 맞춰 쇼맨십을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 밖에 안 보이지 않는다.


원래 정부와 정치인이 항상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당장 좋게 보이고,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바란다. 몇 년이 지나서야 정책의 실패를 확인한 경우, 그땐 이미 책임은 지지 않고 본인의 지지율을 챙겨 영전한 후이다.


우리는 영어유치원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이런 영어교육 과열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걸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옳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막을 수 없는 영어 교육열이라면, 또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애초에 국가에서 영어 공교육을 대폭 강화했으면 한다.

이는 서울에서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를 캐나다에서 맞닥뜨렸던 내가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었다.

' 아니 죄다 이렇게 사교육으로 영어 일찍 시작할 거면 차라리 나라에서 이렇게 시키면 안 돼? '라고 말이다.


물론 영어를 국가에서 제2 국어로 지정하는 등 강력한 공교육 강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 쉽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영어의 중요성을 알고 국가적으로 교육을 장기적,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개인간 사교육의 차이로 나타나는 영어실력의 편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편성하는 정규교육과정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언제나

어린 학생들에게 기회와 교육의 평등을 통해 교육 사다리가 튼튼하게 존재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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