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불안한 한국인에게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로운 '불안' 감정으로부터 생긴 새 자아가 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I'm not good enough
이 대사는 한국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 사회에 대해 관찰하는 시점으로 보고자 노력했다.
인간 사회가 막상 열어보면 어느 곳이나 남과 비교하고, 질투하고, 경쟁하며, 슬퍼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유독 여유 없어 보이며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사회로부터 확인하려고 하는 특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다고 느낀다.
이렇게 확인받고자 하는 가치는 돈, 외모, 학벌, 직업 등 우리나라 사람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몇 가지로 고착화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착실하게 공부하여 취직한 사람보다 코인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을 숭상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성형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사교육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이며, OECD 청소년 자살률에 두 배 가까운 수치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앞서 말한 가치 요소들을 무시하고 사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그런 나라는 세상에 없겠지만 필자는 이 사회가 그 가치를 과도하게 쫓다가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러한 소수의 가치가 다른 다양한 가치를 대체할 수 있고, 그것만이 중요한 것처럼 말하는 사회가 되어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 높은 인구밀도 (OECD 인구밀도 세계 1위)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나라 전체에서 인구밀도도 높은데, 그 안에서도 사람들이 더 모여사는 서울 경기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환경 자체가 삶을 살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마주치고, 마주치는 만큼 비교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듯 안 그래도 인구밀도가 높은데 한국의 높은 인터넷 보급율과 스마트폰, SNS의 등장으로 서로가 서로를 실제보다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이상향을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비율보다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전체에 존재하는 실제 비율보다 자신이 직접 본 5명을 훨씬 많다고 느끼는 인간의 일반적 특성에 따라 쉽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손쉽게 화려하게 포장하고 편집할 수 있는 SNS의 특성에 따라 이성적으로는 이 세상이 매우 작은 부분 혹은 거짓에 가까움을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사회적인 비교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압박감이 너무나 쉽게 느껴지는 세상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2. 전통적인 입신양명 사상
조선이라는 유교국가 사상의 잔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대부분 사람에게 입신양명 사상이 깊게 심어져 있다. 다만 조선시대와 다른 것은 그때는 양반만 그랬다면 현재는 전 국민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자원이 없는 국가로서 잘 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자국민의 인적자원을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수준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잘 살게 되었지만 그 높은 수준을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 아닌 많은 국민이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방식만을 택하면서 기본적인 압박감이 매우 높은 사회를 만들어냈다.
3. 줄 세우기 문화
이 문화는 아마 2. 의 인적 자원 양성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학창 시절의 학업 수준부터 시작하여 사회로 나가면 외모, 키, 능력, 집안 모든 것을 줄 세우고 총점을 확인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성형수술 같은 것들로 말미암아 심지어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삶을 열심히 살아 일궈낸 사람보다 더 우러러보기도 한다.
이런 문화는 사회를 기형적으로 만들고 무력감을 심는다.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해 메타인지를 가지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분명히 더 다양한 가치가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네가 그런 걸 가지지 못해서 하는 패자의 변명일 뿐'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혼자만 하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며 사회에 부정적인 기운은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것은 또 우리 사회의 불안을 낮춰줄 것이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가 평안하게 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I' m not good enough"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날엔
"참 우리나라 독특해" 하면서 피식 웃고, 조선시대였으면 양반 가문도 먹기 힘들었을 좋아하는 음식 배달시켜 먹으며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