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부터 2018년 봄. 그 짧은 경험은 별일 없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 후로 오랫동안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괴롭혔다. 밤이면 술을 마셨고, 아침이면 숙취와 자기혐오 속에서 눈을 떴다.
그때 나는 내 고통을 철저히 심리 문제라고 여겼다. “나는 왜 이렇게 탐욕스러울까?”, “내 의지는 왜 이토록 나약해빠졌을까?”, “나는 왜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나는 나의 성격, 인성, 마음가짐을 탓했다. 그래서 서점으로 달려가 심리학 책과 자기계발서를 뒤적였다. 마음을 비우는 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 자존감을 높이는 법….
그런 책들을 읽으며 고장 난 나를 고쳐보려 애썼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해도, 남과 비교하지 말자고 되뇌어도, 누군가의 성공 소식이 들려오면 배가 아팠다.
슬프게도, 질문을 바꾸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차에서 내려 굳게 닫혀 있던 보닛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운전 실력을 탓하며 울었다면, 이제는 이 자동차의 엔진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제멋대로 폭주했는지, 내부를 뜯어보고 공부하기로 했다.
뒤늦게 나는 다시 책을 들었다. 이번에는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 아니라 뇌를 해부하는 과학 책들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고 가장 비참했던 그 시간, 2017년의 겨울부터 2018년의 봄까지의 시간을 다시 되감아 보기로.
사건은 변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상승과 돈의 소멸, 지루하게 이어지던 이해할 수 없는 밤들. 1장에서 이야기한 그 모든 순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관점을 바꿀 차례다. 지금까지는 상처받은 자아의 눈으로 그 시간을 복기했다면, 이제부터는 냉정한 엔지니어의 눈으로 그 시간을 다시 분석할 것이다. 중간중간 감정이 치밀어 오르겠지만 냉정해져야 한다. 이유를 알고 나면 거기서부터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왜 나는 그때 모든 것을 걸었는가? 왜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는가? 왜 다 잃고도 인정하지 못했는가?
이것은 나를 변명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다. 아프지만 마주해야만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에 떠나는 여행이다.
이제 나는 다시 그 겨울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다. 도대체 내 머릿속, 그 1.4kg의 젤리 같은 덩어리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