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돈을 다 날린 것은 둘째 치고, 망가져 버린 일상을 복구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수면 유도제를 먹으면 기절하듯 잠들 수는 있었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는 새벽 4시가 되면, 엄습하는 불안과 함께 어김없이 현실이라는 지옥으로 강제로 끄집어내 졌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 보려 서점으로 향했다. 무너진 마음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어보려는 심산이었다. 책에는 좋은 말들이 가득했다.
"지나간 일은 잊어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감사는 기적을 만든다"
"..."
머리로는 알겠다. 백번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 좋은 문장들도 불안 앞에서는 힘없이 바스러지는 거였다.
가슴이 턱 내려앉아있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세요."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더 부정적인 생각들만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지만 강하면 불안 따위는 억누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건 오산이었다. 나는 내가 마음의 주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단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자동차를 한 대를 다루기 위해서도 수많은 것을 배운다. 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고, 엔진 오일 교체 주기를 달력에 체크한다. 3만 원짜리 전자제품을 하나 사도 설명서를 정독한다.
허나 정작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한 번 고장 나면 부품을 바꿀 수도 없는 ‘자신의 삶’은 어떻게 대하는가.
우리는 ‘내 마음을 관리하는 법’, ‘인생의 위기를 관리하는 법’ 따위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면 저절로 익혀지겠지 하고 막연하게 낙관한다. 마치 운전대를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홀로 도로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함이다.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한 인간이, 내 차에는 최고급 휘발유를 넣어주면서 정작 나에게는 오물 같은 스트레스와 도파민 폭탄을 있는 대로 쏟아붓고 있었다.
내 마음이 어떤 가치관이라는 연료로 움직이는지, 평온이라는 브레이크 패드가 어느 정도 소모되었는지는 전혀 모르고, 그저 남들이 달린다는 이유로 엑셀을 마구잡이로 밟아댔다.
대형 사고가 나는 건 불운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나는 내 인생의 무면허 운전자였다.
어수룩한 저녁, 서점 창가에 비친 퀭한 눈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액셀을 밟아야 할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지, 아니면 시동을 꺼야 할지, 길을 잃은 채 홀로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