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새벽
인적 드문 길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에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줄어들길 반복했다.
문득 살면서 내가 늘어나고
줄어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온 세상을 품을 만큼 커지기도 했고
실연의 아픔에는
작은 점 만큼이나 작아지기도 했다.
첫 직장을 얻었을 때는 하늘을 찌를 듯 커졌던 내가,
현실이란 벽에 부딪히자 바닥을 기어다녔다.
어쩌면 인생은
매 순간 커지고 작아지는 일의 무수한 반복이 아닐까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두 나였고 앞으로도 나일거라는 사실.
커진 내가 잘난 것도,
작아진 내가 못난 것도 아니다.
그저 그림자가 커졌다
작아지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