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면 으레 집 앞 공원으로 나선다. 한주를 잘 살아온 나에게 차분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다. 특별히 무언가 이룬 게 없더라도, 한주 동안 잘 살아온 나에게 맑은 공기를 선물하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이 기대된다. 혼자 걷는 저녁의 공기. 여름이지만 시원한 밤바람. 아스라이 보이는 하늘의 달. 조금씩 기분 좋게 차는 숨. 귓속에 스미는 좋아하는 노랫말. 여담이지만, 그래서 일요일에 비 오는 게 난 참 싫다.
어쨌든 그 시간만큼은 정보로 가득한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진 채로 오롯이 나 자신과 걷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오늘 밤도 달은 변함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맞이해주고, 조용히 나에게 미소 짓는다.
걷다 보면 늘, 주중의 분주함 속에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마음속의 불만들이 슬쩍슬쩍 고개를 든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하나 둘 떠오르는 것이다. 꽤 자주 마음 한구석에 숨겨 두었던 아쉬움들. 하지만, 그마저도 이 시간 속에서 금세 부드러워지고 만다.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세상에는 걸으면서 해결되는 일이 참 많다. 무언가를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해결되는 일이.
가끔씩 얼굴로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올 때는, 마치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 바람은 내 안의 딱딱하게 굳어있는 긴장을 풀어준다. 걸음을 멈추어본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 산책하는 강아지가 걷는 소리, 또 숨 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위로가 된다.
남들에게는 시간을 버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편안함과 느긋함에 내 마음은 한껏 풍요로워진다.
위로란 게 별거일까.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일주일 중 하루지만, 그 시간에 의미가 담길 수 있다면, 그게 위로가 아닐까.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살아 숨 쉬었던 시간, 늘 새롭고 찬란하지 않을지라도 늘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면 그걸로 족하다.
기대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그것은 삶의 큰 축복이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 기대하는 순간을 만끽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있는 힘껏 기대되는 순간을 만들자. 어떤 순간이라도 좋다. 그것이 당신을 미소 짓게 한다면, 기대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