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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은주 Feb 01. 2020

생후 16,275일 일지

제목 없는 글쓰기

Part 1. 

제목 없는 글쓰기를 시작한지는 꽤 되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노트를 뒤져보려다가, 금새 귀찮아져서 대충 넘어가기로 혼자 결정했다. 


태어난 후 꽤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 뒤돌아서서 살아온 길을 1일 1cm로 늘어놓는다면 162m 75cm가 된다. 뭐야! 이건 너무 짧은데. 그래서 다시 1일 1m로 바꿔봤다. 16km 275m가 된다. (에고! 아무 의미 없다).  

뒤돌아서서 지난 온 나의 삶을 바라본다. 그 길이가 162m이든 16km이든 중요한 건 코 앞에서 굽이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하나도 보이질 않잖아'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나는 입꼬리가 슥- 올라간다. 요즘 나는 왠지 기분이 좋다. 최근 2년 동안은 왠지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정반대가 된지 몇개월 되었다. 

이야기를 꺼내려면, 퇴사를 선언하고 프리랜서가 된 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니다. 너무 멀고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하기엔 귀찮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맘에 든다! 내가 하는 일이 좋고, 자랑하고 싶고, 계속 하고 싶다. '잘'이라는 말은 넣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챘다면, 내 행복과 만족감이 여기에서 왔다는 것도 쉽게 이해할 거다.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고 (잘 하고 있고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렇게 일을 하는 과정 자체에 만족한다. 결과는 내가 관리할 대상이 아니다. 나는 단지 나의 일을 최선을 다해 할 뿐이다. 매일 매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좋다.


작년까지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나에게 일을 부탁하고, 함께 일을 했지만, 나는 늘 뭔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웠다. 그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알수가 없았다. 

완벽주의!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띵!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완벽주의라니, 나는 완성주의라고~ 기본 모양새를 갖추는 정도만 하고 있는데, 내 욕심대로 한다면 아마 나는 악마가 되어야 할것.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더 괴롭히고, 나를 더 못살게 굴고 말이야.' 대실망. 나는 완벽주의자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내가 그때 기쁘지 않았으니까.


Part 2. 

왜 제목 없는 글쓰기인줄 알겠죠? 두서없이 쓰니까! 처음에 왜 이 글을 쓰려고 했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나중에 이렇게 혼잣말 하는 이야기들을 다 지워야 할까요? 소설들을 읽어보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소설들이 꽤 있잖아요. 주인공의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상황이 전개되는 그런 부분 말이죠. 지금 저도 그렇게 글을 쓰고 있어요.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방금 생각났어요. 박창선 작가가 소개한 자신이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에 대한 글을 읽고,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세상에 내 생각을 꺼내놓고 싶어서 였어요. 문제는 쓸 꺼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니 한 줄도 안 써지더라는거죠. 


저는 아침마다 글쓰기를 해요. 하루동안 뭘 할지, 전 날 뭘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점검하는 글쓰기인데요. 이렇게 쓴지는 8년쯤 되었어요. 처음 시작은 아티스트 웨이란 책으로 시작됐어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많이 추천해요. 처음 퇴사를 결정하게 된 것도 이 책 때문이었거든요. 한달에 한번씩 회사에서 특강을 열어줬어요. 주제도 다양했고 강사도 다양했는데 3번 연속으로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추천해 줬어요. 그게 신기해서 메모해 뒀었는데 페북에서 어떤 사람이 아티스트 웨이 모임을 열었어요. 12주동안 토요일마다 모여서 1장씩 써보고 생각하는 워크숍이었어요. 그리고 나는 퇴사를 했지요. 우리 모임에서 퇴사한 사람이 꽤 나왔어요. 그 책은 퇴사를 하라는 책은 아니었고, '너 자신이 되라!' '너에 대해 알아가라', '글로 남겨라', '아티스트처럼 어린아이가 되라', '본래의 너를 잊지 말아라'.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 책을 함께 읽고 실습한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나봐요. '나의 길을 가고 싶다!'


Part 3. 

제목 없는 글쓰기의 막줄은 제목으로 끝내고 싶어요. 아이러니하게

오늘 제목은 '뒤돌아보니 퇴사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네요. 한 줄 더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읽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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