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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은주 Jan 03. 2021

옷장을 보면 건강, 관계, 부유함이 보인다

슬기로운 사십생활 Ep. 3

처음 몇 살 때 나만의 옷장이 생겼나요?

난, 결혼하고 나서다.

7남매라 어려서부터 내방, 내옷장은 꿈도 못 꿨다.  결혼하고 키가 큰 남편 옷이랑 내 옷은 확연히 구분됐고 그때가 시작이었다. 그렇게 옷장을 채워가는 재미를 느껴본게.


결혼하고  해마다 여름이면 원피스를 많이도 아니고 2벌씩 사곤 했다. 옷장에는 차곡차곡 원피스 뿐만 아니라 여러 품목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이상 원피스는 입지 않는 나와 마주했다.

나이듦과 옷장은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옷입는 패턴이 바뀌어버렸다

요즘 내 옷장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Part 1. 멋이고 나발이고 편함이 최고


많이도 아닌, 단 두벌 돌려입기

재태큰무의 일상화는 옷 선택에 절대적 변수다. 잠옷 두벌, 평상복 두벌, 외출복 2벌.

이번 겨울은 이렇게 있으면 돌려입기 가능하다.

그런데 옷장은 터질라 하고

옛날에 입었던 옷들은 꺼내보지도 않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건지, 고민된다.



Part 2.  친구 만나는 옷을 보면 관계가 보인다

코로나19로 친한 친구들만 오프에서 만나게 되었다. 뭘 입을지 고민도 거의 없이 늘 입던 옷으로 깨끗하게 만나면 끝.

빨강도 파랑도 아닌 그냥 검정옷.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이제 친한 친구들 위주로 만날것만 같다.



Part 3. 건강이 최고

삼십대 후반 들어 운동복이라는 장르가 생겼다.

사십대 들어서 옷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운동복은 의외로 종류가 많다

러닝용

산책용

등산용

자전거용

요가복

수영복

등등

거기에 또 필요한 운동화를 사느라 신발장도 가득이다. 등산화, 러닝화, 워킹화. 그냥운동화, 그냥 스니커즈 등등


나는 이 정도다.

하루 세번 네번 옷을 갈아입는 날이 많다(연예인도 아닌데)

아침에 등산 갔다가 (등산복 착용)

오전에 집에서 재택근무 (평상복 실내용)

저녁에 산책 또는 마트 (츄리닝, 겨울이라 두꺼운 외투 필수)

밤에는 잠옷으로


그래도 운동복은 계절마다 당연히 다시 사야니까.

여름용 가을용 ㅜ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꺼다.


Part 4.  버리지도 입지도 못하면서


십년 넘은 옷들은 어쩌지?

절대 구멍 날리 없는 유행 지난 청바지,버린다고 버려도 청바지는 옷장 속에 인산인해다. 그 와중에 청치마도 세벌.

20대, 30대 많이 입은 정장들.

비싼 돈 주고 산 것들이라 아직 헤지지 않았는데

뭔가 촌스럽고 변한 체형에 멋대가리도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의미있는 옷들은 어쩌지?

히스토리가 담긴 옷들이 있다. 남편이 처음으로 선물해준 옷, 옛날에 좋아했던 옷. 근데 요즘 손이 안 가는 옷들이 많다. 몇 년 잘 입고 옷장 구석을 차지한, 버리기 아깝고 입지도 않는 옷들이 많다.



작은 사이즈 옷들은 어쩌지?

가장 큰 문제다.

결혼 후 해마다 샀던 원피스만 하더라도 허리가 터질라 한다. 어깨가 좁다. 몇 년 사이 허리사이즈는 2인치가 늘었고 몸무게 앞자리 숫자도  바꾸었다.

다시 내몸이 작아지진 않을텐데 버리자니 아쉽다. 못된 희망마저 생긴다. 내 몸이 십년전 사이즈로 되돌아갈수도 있다는.


But!

부자라고 느끼게 해준 순간도 있다.


인생 처음으로 백만원 넘는 옷을 사 보았고(겨울코트다)

이만원 티셔츠를 오십벌 사는게 더 행복할지 잠깐 고민했다.


뭐든 한 개를 골라서 사야 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월급 받고 이것 저것 생활비 내고 나면 옷 살 돈이 없었다. 구두를 사러 가면 결국 제일 많이 신게 될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고(왜냐면 한 개만 살수 있으니)

그러면 자연스럽게 검정구두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사다 보면 검정 바지, 검정 치마, 검정 마이, 검정 코트, 검정 원피스.

어느 날 보니  옷장이 검정 천국이었다.


여러 개 동시에 사도 된다는 걸 알게 해준 순간이 있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단지 여름 샌들을 하나 사러 갔는데

할인을 세게 하는 매장을 발견했고

낮은 굽들을 뒤지고 있었다.


1. 낮은 굽, 흰색 스트립 샌들. 캐주얼하면서 발가락 오픈형이라 시원하다

2. 낮은 굽, 정장에 어울릴 만한 아이보리 살짝 디자인 들어간 구두

3.낮은 굽. 패셔너블한 스트립 구두


세개 신발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이 세 개를 다 사면 되잖아, 라고 말했을 때 머릿속에 반짝 섬광이 비쳤다.

이 단순한 생각은, 태어나서 바로 그날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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