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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하는 문화기획자

by 원웨이브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기획자



나는 예전에 하이서울페스티벌 기획팀에 있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매년 10월 초에 열리는 서울시 대표 축제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일대가 축제의 장으로 변하는 행사이다. 아마 추석 연휴 기간에 도심을 지나며 야외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그 무대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서울거리예술축제'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jpg
2024 서울거리예술축제 문화기획자 시민참여.jpg
<하이서울페스티벌>, <서울거리예술축제> 홍보포스터



축제 당시 나는 기획팀 내에서도 시민참여 파트를 담당했다. 그 전에도 '서울억새축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제야의 종 타종행사', '여의도 물빛무대 문화공연' 등 다양한 서울시 축제를 동료들과 함께 기획했다. 대부분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그 안에서 공연팀 섭외, 공간 구성, 참여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까지 담당했다.


그래서 나의 일은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남들이 쉬는 주말과 명절, 연휴는 나에겐 가장 분주한 시기였다. 그 외의 시간은 그 바쁜 순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1년 동안 쉴 수 있었던 주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고된 일이었지만, 우리가 만든 공연과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웃고 울고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모든 피로가 날아갔다.


나는 시민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기획하는 문화기획자다.




시민의 참여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울에는 정말 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있다. 야외는 물론 실내까지 거의 매일 다양한 기획이 펼쳐진다. 서울시, 자치구, 기업, 예술단체, 소모임 등 주체도 다양하다. 나는 주로 서울시나 지자체와 함께 기획을 했기에 비교적 인지도 있는 프로그램이나 좋은 장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지점은 모두에게 같았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보통 5일간 서울 중심부 곳곳에서 진행되며 관람객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그 수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뿐 아니라, 지나가며 본 사람들까지 포함한 것이다. 단지 관람객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공연에 직접 참여할 시민을 모으는 일은 더욱 어렵다.


당시에는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시민참여형 공연'도 많았다. 사전 공모를 통해 시민을 모집하고, 아티스트와의 워크숍을 거쳐 공연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참여자를 모집하는 일이 나의 역할이었다. 서울시 대표 축제이고, 다양한 홍보수단이 있다고 해도 참여자를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모집 공고는 올렸지만, 참여 신청이 저조해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내가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마 모든 일이 그렇다.




참여의 시작은 '영업'이다



시민이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퍼레이드나 공연은 전문 공연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이 직접 만든 무대에는 에너지와 감동이 담겨 있고, 그것은 보는 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다만 그 이면에는 수십, 수백 명의 시민을 모집하고 아티스트들과의 조율을 거쳐 공연을 완성하는 지난한 과정이 존재한다.


관련 단체나 학교에 요청해 인원을 빠르게 채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참여'가 아닌 '동원'에 가깝다. 몇 년간 시민참여 프로젝트를 해오며 나는 분명히 느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과 동원된 사람들 사이의 에너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전에는 나 역시 동원을 통해 무대를 구성해봤기에, 이번에는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 열우띠의우아한난장 시민참여 문화기획자.png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 시민참여작 '열두띠의 우아한 난장'


그래서 나는 '동원'이 아닌 '참여'를 위한 시민참여 영업을 시작했다. 누가 이 축제에 진심으로 참여하고 싶어할지를 고민했고, 직접 연락해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설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영업직 출신도 아니고, 그런 경험도 없었지만 영업 관련 책을 사서 읽으며 공부하고 직접 뛰었다. 누군가는 "거기까지 할 필요 있어? 너무 오버 아냐?"라고 했지만, 나는 그게 맞다고 믿었고 그런 과정이 좋았다. 그리고 참여한 시민들도, 결과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시민들과 무대를 만들기 위한, 조금은 다른 방식의 기획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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