搬入プロジェクト, Carry In Project
시민 참여 작품을 떠올리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반입 프로젝트〉다. 일본의 퍼포먼스 집단 '아쿠마 노 시루시(악마의 표식)'의 대표적인 연극 프로젝트 중 하나로, '눈으로 보기엔 절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대형 구조물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공공 공간에 들였다가 다시 반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해외 초청작 중 하나로,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다.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작품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했고, 나는 인터넷을 통해 이전 사진과 영상들을 찾아보며 흥미를 느꼈다. 처음부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흥미롭기만 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서울시청 외부에서 구조물을 조립하고, 1층 정문을 통과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른 출입구로 나와야 했다. 구조물은 도저히 통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고, 이리저리 돌리고 움직이며 아슬아슬하게 반입해야 했다. 혹시라도 시청 시설에 손상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어떤 이는 "이런 프로젝트를 왜 들여온 거야!"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시민 참여자들은 연령대와 구성원이 다양했다. 공연단체는 구조물을 시청 건물의 공간을 겨우 통과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했고, 시민들은 그 외형을 보완하고 꾸미는 작업에 함께했다. 그것만으로도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퍼포먼스 당일, 완성된 구조물이 서울시청 입구 앞에 섰다. 참여자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했고, 공연단체는 호루라기를 불며 외쳤다.
"천천히!",
"조금만 옆으로!",
"잠깐잠깐!",
"그대로 앞으로!"
"다시 뒤로!!!"
구조물을 들고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도 흥미로웠지만, 출입구에 부딪칠 듯 말 듯 할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지켜보는 시민들 역시 이미 퍼포먼스의 동료가 되어 있었다.
모두가 숨죽인 채 구조물이 출입구라는 관문을 통과하길 지켜보았고, 그 순간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출입구보다 훨씬 큰 구조물이 시청 내부에 들어간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이후에도 계단을 내려가고, 좁은 코너를 돌며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자들의 호흡은 맞아갔고, 눈빛에는 신뢰가 생겨났다.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돕는 이들도 생겨나며 퍼포먼스는 점점 완성되어갔다.
결국 거대한 구조물은 시청을 빠져나왔다. 처음엔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일이 모두의 손으로 이뤄진 것이다.
함께 참여했던 어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난생 처음으로 신기한 기분이 들었어요. 또 하고 싶어요!"
그 아이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기쁨, 감동, 환희.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건 그 아이 안에 새로운 감정의 창이 열렸다는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새로운 경험이 특정 감정의 색을 띤 구슬로 저장되고, 소중한 기억일수록 장기 기억으로 쌓여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경험은 가능하지만, 해외 아티스트와 시민들이 함께 거대한 구조물을 서울시청에 넣고 빼는 경험은 '좀처럼'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이 좋다. 〈반입 프로젝트〉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지만, 이처럼 특별한 장면은 일을 하며 수없이 만났다. 참여를 통해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은 조금씩, 자신만의 Unique에 다가간다.
아래 영상은 최근 반입프로젝트 영상이다.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경험하시길 :)
https://www.youtube.com/watch?v=wDcC9-8nPZ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