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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1659일 100개의 글로 얻은 것

by 원웨이브


https://brunch.co.kr/@onewave/1


2021년 1월 14일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오늘은 101번째 글을 쓰는 날이다.







오늘도 책상에 앉아 기록을 시작한다. 문득 '글 100'이라는 글자에 눈이 머문다.


"아, 벌써 100개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구나."


언제부터였는지 궁금해져 찾아보니 첫 글은 2021년 1월 14일에 올린 <시작이 반이란 달콤한 진실>이었다.


Chat GPT로 계산해보니, 그날 이후 오늘까지 총 1659일. 꽤 근사한 숫자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이 든다


"1659일, 100개의 글. 그걸 통해 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100개의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쏘다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도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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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p53



일상이 먹먹하거나 방황할 때면 이 시를 꺼내 읽는다. 그래서 이 시집은 자연스레 <질투는 나의 힘> 페이지로 활짝 펼쳐져 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 구절을 읽을 때면 늘 같은 마음이 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한테 있는데'




어쩌면 'Unique'라는 키워드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 시에 담겨 있다. 중요한 걸 외부에서 찾으며 쏘다니다가 결국 자신를 잃어버린 사람들. '나다운게 뭔데', '나답게 살기', '나다움'를 외치지만 정작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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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댄을 돌봤던 16년 동안, 나한테 꼭 필요했던, 내가 원했던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 낸시 솔로님 애러니,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돌베개, p19



언제부터인가 영화나 드라마, 책도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 구조도, 감정도 너무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방식. 어쩌면 내가 진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각자가 가진 'Unique'이며, 나는 그걸 발견하는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 글로, 책으로, 코칭으로, 강연으로, 그리고 나의 삶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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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는 투명 얌체공처럼 이리저리 튀기며 나를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나의 손으로 옮겨 적으면서는 윤곽이 보이고 내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읽고 보며 생각을 정리하면 하나의 의견이 되곤 한다. 이렇게 의견이 모여 관점이 되고 관점이 모여 가치관이 되고 가치관이 모여 세계관이 되는 것이다. 나의 세계관은 누군가에게는 오아시스의 그늘처럼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샘물처럼 달콤한 물이 될 수도 있고 지나온 발자국처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원웨이브, <시작이 반이란 달콤한 진실>




브런치를 시작한지 1659일, 100개의 글을 썼지만, 여전히 첫 글을 쓸 때의 마음이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은,


계속 써야 한다는 것.


그게 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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