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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Aug 13. 2023

브런치북 프로젝트, 책을 내려면 책을 쓰지 마세요.

죽기 전 하고 싶은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하기



  책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책을 만든다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꼭 이루고 싶은 것이다. 11회 브런치 프로젝트를 앞두고 책을 낸다는 것, 그중에서도 '내가 만드는 첫 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브런치북도 책이다. 
책을 만들려면
나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인지
먼저 생각해 보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을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했고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 편이라 늘 좋은 애니메이션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라는 애니메이션을 알게 되었다


WATCHA,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대략의 스토리를 말한다면 이렇다. 너무나도 밝고 활기찼던 청년이 사람을 쪽쪽 빨아먹는 악덕회사에 취직해 생기를 잃어가다가, 어느 날 좀비로 인해 세상이 멈추자 다시 활기를 찾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가는 이야기이다. 


  좀비이야기라서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생기를 잃었던 주인공의 회색빛 삶이 좀비를 만나고 다양한 색이 입혀진다. 좀비물들은 보통 세상에 닥친 위기에 주인공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필사적으로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작품이 색다른 것은 좀비가 준 것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힘든 회사생활로 삶은 이미 지옥이었고 죽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좀비로 세상이 멈추니 당장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일에 매몰되었던 삶에서 나 스스로에게 방향을 돌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대비되는 캐릭터가 있다. 좀비가 창궐한 시대에서 작중 한 캐릭터는 '좀비가 되기 전에 <해야 할 일> 100가지'를 '살아남기'위해서 적고 하나하나 실행해 나간다. 하지만 주인공은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살아있기'위해서 하나하나 해나간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소리친다. 



"3년 치의 마음을 전하지 않고 후회할 바에야
좀비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나아!!!"


- 넷플릭스,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 2023


  목전에 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을 찾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당신은 누구와 대화하고 싶은가? 



책을 쓴다는 것의 의미 




  책을 쓴다는 이야기를 하며 앞의 애니메이션을 이야기 한 이유는 '책을 쓰겠다'는 나의 버킷리스트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이루면 지우는 항목이 아니라 더 큰 의미가 있기에,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로 옮겨가기 위해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자 한다. 


작가(作家) 
예술과 취미의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때 작품이 반드시 문학 작품일 필요는 없으며, 문학 작품인 경우에는 저술가라고 불리지만, 일반적으로 작가라고도 하는 경우가 많다.

- 위키백과, '작가'


  브런치를 쓰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소통하는 것이다. 사실 등단을 하거나 책을 발간해야만 작가는 아닌 것이다. 위키백과에서도 나와있듯이 예술과 취미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 작가이다. 그렇기에 나도 그렇고 스스로 일기라도 쓰고 있는 사람은 분명 '작가'인 것이다. 



  작가(作家)의 의미를 한자어로 보면 '지을 작'에 '집 가', 즉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창작한 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창작은 그게 글이건 그림이건 음악이건 물건이건 간에 나라는 사람이 무언가를 경험하고 느낀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쓴다는 것은 나를 더 공고히 하고 나를 알아가고 지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책을 낸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책은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한 나의 글을 단지 엮은 것이다. 그에 더불어 책을 낸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쓰고 책을 묶어 낸다는 것만이 아닌 나를 짓고 엮어 세상에 던지고, 그 표현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은 부와 성공, 그리고 인정보다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느린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작업 




  내가 궁금하고 화두로 가지고 있는 것은 '느림'이다. 사실 누군가는 '느림'이 지루하고 생기 없음이라고 생각하는데, 느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느림을 충분히 삶에서 가져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淡泊明志 담박명지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룬다.    
寧靜致遠 영정치원


- 제갈공명, 계자서 중 


  위의 글은 나의 좌우명이다. 나의 대시보드 맨 앞에 놓고 늘 보고 읽고 생각하는 글이다. 이 글은 제갈공명이 어린 아들에게 남긴 글이다. 느리다는 것은 빠름의 반대가 아닌 느리고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뜻을 밝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빠르면서 고요하기는 쉽지 않다. 느리고 고요하며 평온한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과 글이 더 담담하게 나를 담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https://brunch.co.kr/magazine/slowmind


  내가 짓고 싶은 첫 집, 첫 책은 느린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이게 세상에 내가 나의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느림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쉽지 않고 생소한 주제라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읽히는 주제로 글을 쓰기보다는 나의 글이 어떻게 하면 더 읽힐까를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사실 책을 낸다는 것은 하나의 주제와 카테고리에 대한 오랜 경험을 녹여낸 글들을 정리하고 이어 붙인 것이다. 책을 낸다고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저자를 존중하는 이유는 그 주제와 영역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리해 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말 무시 못한다. 그렇기에 책을 펴내는 과정으로 '느린즐거움'이라는 나의 화두를 정리해내고 싶다. 






  지금껏 문화기획 일을 10년 넘게 해 왔고 이제는 내 삶의 다음 챕터를 계속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일을 제외하고 10년 넘게 해 왔던 것이 명상이다. 명상과 문화예술 그리고 좀 더 쉽게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느린즐거움'과 이어져 책으로 엮어질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끝이 아닌 내 다음 챕터의 시작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이번에는 브런치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다. 부족한 글을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이 된다. 브런치를 계속해오면서 다양한 곳에서 기고에 대한 제의도 받았지만 하나도 진행하지 않았다.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브런치 프로젝트를 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책을 내기보다는 나의 첫 집을 잘 만들어보겠다. 



책을 내려면 책을 쓰지 마라 
그저 나의 집을 짓고 그것을 엮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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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브런치북 #브런치프로젝트 #작가 #책 #출간 







출처




사진. Pixabay


- 넷플릭스, <좀비가 되기 전 하고 싶은 100가지>, 2023

- 제갈량. <계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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