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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축제다’ 길동이 플래시몹 이야기

by 원웨이브


오늘은 축제 플래시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며 여러 번 플래시몹을 경험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축제 자원활동가와 함께 만든 플래시몹이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당시 서울시 대표 축제로, 서울시청과 청계천, 광화문 등 도심 중심에서 펼쳐졌다. 규모가 큰 만큼 자원활동가도 많았는데, 2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OT와 축제 마지막 날 정도였다.



자원활동가들은 기획팀, 공연팀, 운영팀, 홍보팀 등으로 나뉘어 축제를 준비했다. 나는 기획팀에 속했지만, 그들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플래시몹을 맡게 되었다.


아티스트와 함께 축제송을 만들고, 퍼포머와 안무를 구성했다. 이후 워크숍을 통해 자원활동가들이 안무를 익히도록 했다. 그들은 통칭 ‘길동이’라 불렸다.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축제를 돕는 고마운 존재라는 뜻이었다.


<길동이 플래시몹>의 목적은 간단했다. 축제 기간 동안 테마곡이 흘러나오면 근처의 길동이들이 모여 즉석 플래시몹을 펼치는 것이다. 그 순간 자원활동가는 단순히 돕는 역할을 넘어 공연자이자 주인공이 되었다. 테마곡은 2분 남짓이었지만, 3~4명만 모여도 주변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특히 서울광장, 청계천광장, 광화문무대에서는 공연이 끝나거나 전환될 때 길동이들이 등장해 플래시몹을 펼쳤고, 시민들은 즐겁게 호응했다. 무엇보다도 곡이 나오면 곳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춤추는 길동이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여러 경험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은 하나는 축제 전 홍보 플래시몹이었다. 우리는 사람이 많고 호응이 좋은 장소를 선정해 작은 포터블 엠프와 현수막을 들고 출동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군중 속에서 길동이들이 하나둘 나타나 춤을 췄다. 안무가 끝나면 현수막을 펼쳐 “하이서울페스티벌에 놀러오세요!”를 외치고는 순식간에 흩어졌다.


우리는 용산역에서 플래시몹을 기획했다. 설레는 마음을 이끌고 용산역 플랫폼 중앙에서 음악을 틀자 역 관계자가 순식간에 달려와 제지했다. (역무원의 번개같은 대응에 우리 모두 경의를 표했다). 나는 축제 홍보 목적임을 설명했지만, 허락받지 못했다. 결국 계획은 무산되었고, 우리는 다시 모여 대안을 찾았다.


그리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상가가 즐비한 거리라 특정 관리자가 없었고,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계획을 세웠다. 음악이 울리자 10여 명의 길동이가 겹겹이 모여 멋진 플래시몹을 펼쳤다. 관광객들은 깜짝 놀라 지켜보다가, 현수막이 펼쳐지자 큰 박수를 보냈다.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 인사동 사전홍보 <길동이 플래시몹>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G-Z6Bzy3KA



퍼포먼스가 끝난 뒤 길동이들은 “재미있어요, 또 해요!”를 외치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생각했다.


‘이게 진짜 축제다.’


그 뒤 서울역에서 대규모 플래시몹을 펼쳤고, 기사로도 보도되었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 길동이도 있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소중한 기억이다. 축제를 만드는 것은 공연팀과 운영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함께하는 자원활동가가 있어야 비로소 생기 있는 축제가 된다.


그들의 순간이 모여 축제는 살아 숨 쉬었다.

나는 그 순간들을 통해 ‘Unique’가 결국, 함께 어울릴 때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힘임을 알게 되었다.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 서울역 사전홍보 <길동이 플래시몹>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gZZWmk_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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