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프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3일 춘천에서의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많은 나는 삶에서 다양한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마라톤 완주이다.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했고 달리는 것의 매력을 알고 있기에 그 끝판왕인 마라톤 완주가 나의 로망인 것이다. 긴 시간 혼자와의 싸움 끝에 완주라는 달콤한 선물을 느끼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을 하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그의 일과는 매일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오후에는 달린다. 해가 지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편히 쉬고, 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시작으로 20년이 넘도록 매년 한 번 이상 전 세계를 다니며 마라톤 완주를 이어왔다.
어쩌면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한 번의 마라톤 완주가 아닌 매년 다양한 곳에서 내 힘으로 달려내는 것. 하루키는 “달리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 인생을 사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 가지 습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위기가 왔다. 부상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기 매일 달리기를 시작했다. 3~5km를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린다’는 것만 생각하며 준비 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 정도를 달리고 나니 무릎에 이상이 왔다. 통증으로 달릴 수 없게 되었고, 병원에서는 ‘연골연화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달리기를 멈추라는 권유를 받았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그 통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수치료, 재활치료, 필라테스까지 해봤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회복하면 다시 달리자’는 마음만 품은 채 시간만 흘렀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치료를 기다리기보다 달리며 몸을 만들고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그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 10km 마라톤을 완주했지만 통증은 다시 심해졌다. 조금씩 근력운동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지만 통증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트레칭, 폼롤러, 아이싱까지 다양한 방법을 쓰며 몸을 단련한다. 그리고 10월 3일 춘천연합마라톤을 신청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뛰자고 계획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제도 달리기 전까지 통증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신발끈을 조여 매고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5km를 천천히 달려냈다. 목표였던 5km를 마친 뒤 ‘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쳐가면서까지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번의 마라톤 완주를 통해 매년 전 세계를 다니며 마라톤에 참여하는 내 모습을 꿈꾼다. 그러한 노력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
…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p127
각자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를 연소시켜 나가는 온전한 삶. 그것이 내가 바라는 길이다. 그렇기에 이번 주에도 세 번째 달리기를 이어가며, 10월에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것이다. 기록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내 페이스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이어가는 삶이다.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Unique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