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삶이 되는 마법
정확하게 5월 22일부터 브런치에 매주 일요일마다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요일마다 올린 글을 12편, 중간중간 올린 글까지 하면 총 16편의 글을 썼다. 구독자는 3명에서 130명으로 늘었다. 다양한 일들이 나를 방해했었지만 일요일 아침에 글을 쓰고 올리는 것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왜냐고??
지금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브런치(Brunch)는 'Breakfast'와 'Lunch'를 합성해서 만든 영어 단어로 서구권의 아침식사용 메뉴와 점심으로 먹는 메뉴가 혼합되어 있는 식사를 이야기한다. 한국말로 쉽게 하자면 '아점(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밥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구권에서는 보통 시간대별 식사 메뉴가 분리되어 있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조리 가능한 것들(계란 프라이, 소시지, 베이컨 등), 점심에는 아침보다 격식은 있지만 가벼운 것들(샌드위치, 햄버거, 파스타 등), 저녁에는 격식도 있고 무게감도 있는 정찬(스테이크, 스튜, 커틀릿 등)을 주로 먹는다. 물론 서구권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Brunch는 결국 아침을 놓친 사람들이 약간의 격식을 차려 가볍게 먹는 식사인 것이다.
브런치를 적극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언제가 좋을까 떠올려봤다. 일이 생겨도 어지간하게 흔들리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타이밍이 언제일까? 나에게는 일요일 아침이다. 보통 아침 8시~9시부터 11~12시 정도까지 글을 쓴다. 아침이라 에너지도 있는 편이고 요즘은 다행히 일요일마다 스케줄이 많지 않다. 아니, 일요일에 스케줄을 잘 안 잡으려고 노력한다.
결국 나에게 일요일 아침에 글을 쓰는 브런치란
내 삶의 영양소를 채워주는 '조금은 격식 있는 시간'인 것이다.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근대 계몽주의를 정점에 올려놓았고 독일 관념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프로이센의 철학자이다. 그는 18세기 철학에 있어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예전에 교과서에 나와 수많은 학생들을 고뇌에 빠지게 했던 인물이다.
그에게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쾨니히스베르크 거리를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정확했던지 당시 쾨니히스베르크 사람들은 그가 산책하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딱 한 번 산책에 늦은 적이 있는데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너무 심취하여 산책시간을 놓쳤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마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삶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매주 같은 시간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나의 일상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칸트처럼 내가 글을 쓰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시계를 맞출 정도는 아니지만 5월 22일부터 한주도 빼먹지 않았으니 이렇게 1년을 쌓아간다면 뭔가라도 되지 않을까?
사실 아직은 엄청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5월부터 약 3개월간의 글쓰기로 나의 삶에도 조금의 영향이 있었다.
1. 기분이 좋다. 주말이 충만한 느낌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집 근처 카페로 나간다. 함께 글을 쓰는 소중한 친구와 만나 같이 쓰는 경우도 있고 홀로 카페에 나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쓰지 않는다. 꼭 다른 곳으로 나가 여유로운 주말을 느끼며 글을 쓰니 주말이라는 시간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2.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좋아졌다.
매주 글을 쓰다 보니 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줄어들고 그 자체가 좋은 느낌이다. 물론 아직은 깊이도 얕고 부족한 글이지만 일요일 아침에 글을 쓰고 꼭 브런치에 완성된 글을 올리는 것까지가 미션이다. 이렇게 글을 올리고 다양한 작가님들과 소통하다 보니 글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3 글 소재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매주 글을 쓰다 보니 일요일 아침에 카페에 앉아 글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고 쓸 글에 대한 개요 정도를 미리 정리해놓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니 평소에 글에 대해 더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쌓아가는 느낌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이 읽힐 글도 좋지만 인기가 덜하고 반응이 약하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꾸욱꾸욱 눌러써가는 시간들이 가장 필요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구독자를 늘리고 좋아요를 받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 중요하게 느끼는 것들을 매주 정리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부족한 글에 많은 반응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글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소재들이 떠오르기에 더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일요일 아침처럼 충분히 고민하고 담담히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을 늘려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글을 많이 쓰기보다는 꾸준히 쓰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글을 쓴다.
글을 많이 쓰기보다는
글이 나의 삶이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