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를 시작하는 일요일
2023년 1월 1일은 일요일. 그 일요일, 어김없이 8시에 카페에서 글을 쓴다.
나에겐 참 기분 좋고 감사한 시간이다.
나에게 일요일 아침은
한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주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한 주는 월요일에 시작된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그래서 일요일을 주말이라고 부르며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 중 끝은 일요일이다.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로 Weekend 한 주의 끝이 토요일, 일요일이며 일요일이 마지막인 것이다. 그런데 왜 달력은 죄다 일요일이 가장 먼저인 것인가?
요일은 태양(sun)을 뜻하는 日에서 따왔다. 최초로 한 주를 7일로 정의한 문명은 고대 바빌로니아였는데, 본래 8일이 한 주였던 로마에서는 율리우스력을 도입하면서 같이 도입했다. 이는 본래 태양(샤마쉬), 달(난나), 수성, 금성(이슈타르), 화성(네르갈), 목성(마르두크), 토성의 신을 숭배하기 위해 이들을 대표하는 일곱 날짜를 정하고 숭배한 것에서 기원하였다.
- 나무위키 '일요일'
Sunday(일요일)의 유래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틴이 시져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보완하여 7일이 기본이 되는 주(週) 제도의 개념을 도입하고 고대 영어의 day of sun 해(日)에게 바쳐진 날에서 유래되었다. 태양신의 날(Sunday)을 첫째 날로 정하여 휴일로 선포되었으며 전통적 기독교 달력에서는 한 주(週)가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날로 첫째 날로 본다.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요일은 공휴일로 달력에는 해당 요일의 날짜를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 위키피디아 '일요일'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에서 시작된 요일의 개념은 태양을 뜻하는 日에서 따왔으며, 일요일은 태양신의 날이며 가장 중요하고 시작의 날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다양한 문화를 통해 이어져 왔는데 결과적으로는 기독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기 313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끝내고 공인하는 밀라노 칙령을 반포했다. 이에 따라 기독교는 사실상 국교가 됐고, 일요일을 일주일의 시작으로 보는 역법을 따랐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일요일을 가장 중요한 날이자 시작으로 보는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가 보내는 일주일의 시작은 정말 일요일인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주의 마지막은 일요일 저녁에 TV에서 방영했던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엔딩곡과 이어졌던 것 같다. 종이 울리면 개가 침 흘린다는 이반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개그콘서트>의 엔딩곡이 TV에서 나오면 달콤한 일요일이 벌써 끝났구나, 이제 끔찍한 월요일이 오겠구나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조금 시각을 달리 해보는 건 어떨까? 달력과 같이 한주의 시작은 일요일이고 달콤한 휴식부터 한주를 시작한다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 한주의 계획을, 한해의 계획을 일요일부터, 휴일부터 계획한다면 더 기대되지 않을까?
새해가 되면 모두들 계획을 세운다. 작년에 길게 늘여 써놓았던 버킷리스트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으면 결의를 다지며 새해의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라도 꼭 해내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과정도 반복되다 보면 그 계획조차 세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느라 에너지를 쓰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피로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에서는 스탠퍼드 대학교 평생교육과정 연구팀이 진행한 액션 101'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 결론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은 계획하는 시간을 줄이고 행동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계획에 지쳐 실행이 늦어지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형편없이 하세요
Do It Badly, as Fast as You Can
-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빠르게 실패하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뭐다? 먼저 일하고 먼저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쉬고 먼저 노는 건 어떨까?
행복하고 성공하기 위해 계획보단 빠르게 작은 것이라도 해서 실패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계획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에 대해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다양한 툴을 사용하며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고민하는 편이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에이브라헴 링컨은 "나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을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데 쓸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의 삶에서도 도끼를 날카롭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삶을 살아가는 몸과 마음을 다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놀고, 잘 쉬어야 한다. 그런데 무언가를 하고 다 지치고 남은 에너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하고, 잘 살기 위해 노는 것을 먼저 계획하자는 것이다.
일요일은 월화수목금토 모두가 지나고 나서야 느리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은 아마도 그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일요일이 가장 먼저 오며, 즐겁고 소중하기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잘 계획한다면 올 한 해가 더 멋지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 즐거움을 먼저 계획하라.
2023년은 노는 것을 먼저 계획하라.
출처
사진. Pixabay
-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빠르게 실패하기>
- 김정운, <노는 만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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