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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Feb 13. 2023

<슬램덩크 더 퍼스트>에 빠진 한 가지



  뒤늦게야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보고 왔다. 정말 좋았다. 왜 이렇게 슬램덩크 열풍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며 알았다.
<슬랭덩크 더 퍼스트>에 빠진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을 


슬램덩크를 즐기던 나만의 시간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본 2월 중순, 2022년 12월 3일에 개봉해 국내에서는 285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연령대가 그 당시의 향수를 그리며 극장을 찾고, N차 관람을 이어가는 것 이상으로 뭔가가 있는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CGV지수는 97%, 롯데시네마는 평점 9.7점, 메가박스는 평점 9.5점, 심지어 네이버에서도 네티즌 평점 9.48점이다. 


  물론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원래도 좋아하던 슬램덩크가 열풍을 이끌고 있으니 이제껏 나의 마음은 들썩거리고 있었다. 늘 보겠다 마음만 먹다가 뒤늦게 관람한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정말 좋았다. 물론 완벽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원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를 각 캐릭터(특히 송태섭)의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와 함께 잘 풀어낸 것 같다. 



  슬램덩크를 좋아하던 연령대에게 그 가치는 생각보다 더 값지다. 단순히 만화를 보는 것만이 끝이 아니고, 안 하던 농구를 시작하게 했었다. 그 시기에 리바운드를 하면 모두가 강백호였고, 3점 슛을 쏘면 정대만이었다. 조금 화려한 개인기와 약간의 싸가지를 가졌다면 서태웅이었다. 슬램덩크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우리의 땀과 열정의 추억이 묻은 작품인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웹툰과 달리 종이로 된 만화는 신간이 나오면 늘 빌려보던 당골 만화책 대여점에서도 오랜 기다림 끝에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빌린 만화책을 보며 홀로 눈물짓고, 한 번 빌리면 여러 번씩 흥미진진하게 읽어 보던 그 시간이 있었다. 




이상한 나의 눈물 포인트 



  어려서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나에겐 약간 이상한 눈물 포인트가 있다. 누구나 다 공감하는 슬픈 장면보다도 나의 눈물 수도꼭지를 개방하는 것은 만화의 극적인 장면들이었다. 물론 슬픈 장면을 보며 오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만화의 극적인 장면들은 나를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레 울게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슬램덩크>와 <피구왕 통키>였다. 다른 작품들도 있지만 스포츠 만화들이 주는 감격의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늘 시기와 질투,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해 나간 주인공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향해 갈 때면 어김없이 나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특히 피구왕 통키가 불꽃슛을 날릴 때면 어김없었다. (통키가 불꽃슛을 무한정 날리지 못했던 설정은 나에게 다행이었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냉혹한 강적이나 라이벌을 불꽃슛으로 넘어뜨릴 때면 이미 훌쩍이는 나를 느끼곤 했다. 


출처. 왓챠


  슬램덩크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백미였던 산왕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산왕전은 '스포츠는 드라마이다'라는 것을 끝까지 보여준 경기이기 때문이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그 산왕전이라는 경기와 각 캐릭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를 중간중간 잘 엮어 만든 영화이다. 누군가는 과거와 현재가 많이 오가서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고 할 것 같기는 했으나 나는 좋았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월요일 아침 홀로 보면서 구석에서 혼자 훌쩍이는 나를 누군가가 보면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생각조차도 영화에 흘러갔다. 누군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려고 억지로 만든 슬픔포인트보다 각자의 꿈을 가지고 열정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가는 최고의 순간이 나에게 '이상한 눈물 포인트'인 것이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 <슬램덩크 더 퍼스트> 


  나는 원래 잘 울지 않는다. 슬픈 일이 있어도 울기보다는 잠잠히 나의 마음을 바라보고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그다음을 생각하는 성격이다. 그런 나에게 만화를 보고 우는 것은 이상하기도 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며 그 또한도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고 필요한 감정의 소구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슬램덩크를 통해 다시 찾은 나의 시간 



  이 이야기를 하려고 조금 돌아온 것일 수도 있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보고 빠져 있다고 생각한 한 가지는 영화작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이었다. '홀로 무언가에 집중하며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이 <슬램덩크 더 퍼스트>에 빠져 있는 한 가지이다. 


출처. 슬램덩크 영화 홈페이지


  세상에서 어떠한 최고의 작품을 본다고 해도 내가 느끼지 못한 다면 그 작품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작품을 느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이 영화를 누군가와 함께 봤다면 그 사람을 신경 쓰느라 오늘과 같이 훌쩍이며 마음껏 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때 혼자 만화를 보며 감동했듯이, 이 영화도 혼자 온전히 집중하며 봤기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홀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소중함을 느끼고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기대하며 찾았던 슬램덩크이건 그 무엇이건 그만큼의 기대에 못 미쳤다면, 부족한 것은 그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나의 시간이 달랐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감동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지 못해서는 아닐까?


혼자 온전하게,
좋아하던 것을 한 적은
언제인가요?





아래 영상은 예전 슬램덩크 ost이자 애니메이션 장면을 모아놓은 영상이니 다시금 감동을 되새기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H901yGGjY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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