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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Aug 20. 2023

오펜하이머, 이것은 영화 리뷰가 아니다

혼돈 속에서 천천히 찾은 '춤추는 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와 다큐멘터리<전쟁의 종식자: 오펜하이머와 원자 폭탄>을 모두 보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오펜하이머, 혼돈에서 만난 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성적은 뛰어나지만 운동신경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행동이 분명하지 못하고 무슨 일에 대해서든 곧 얼굴을 붉히며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넋 빠진 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14살 때 여름 캠프에서는 고자질했다는 친구들의 오해로 발가벗겨진 채 냉동실에 갇혀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일까지 있었다.

- 위키백과,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대학시절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청소년기 학교에서는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자신만큼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곤 뒤쳐지는 스스로를 느끼곤 그 스트레스로 자신만의 방에 갇혔다. 그 순간을 '영화'는 오펜하이머가 침대에 누워 우주의 원리와 블랙홀을 떠올리던 화려한 장면으로 표현했지만, '다큐멘터리'에서 표현된 그의 침대는 어두운 방에서 몸을 웅크리고 고통스러워하던 공간이었다. 그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느리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는 그때 거의 자살 직전이었다고 한다. 정신과의사를 만나 상담을 받고 처방을 받았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전쟁의 종식자: 오펜하이머와 원자폭탄> 중


  천재이자 당대 최고의 지적능력을 가진 오펜하이머는 그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소질에 잘 맞지 않았던 물리학 실험실을 벗어나 이론물리학을 만났다. 오펜하이머는 양자물리학이라는 '춤추는 별'을 혼돈의 시간에 만난 것이다. 




당신의 혼돈은 어디에 있는가?




  누구에게나 혼돈은 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 있다. 어쩌면 지금 일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지금까지 계속 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언급한 니체의 말과 같이 사람은 모두 혼돈을 지니고 있다. 아니,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에서 천지창조의 주인공으로 카오스(혼돈)을 등장시켰고 세상의 만물은 그 카오스에서 창조되었다고 생각했다. 


태초에 4가지 힘이 자연적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처음에 카오스(χάος Khaos 무(無), 텅 빈 공간, 대공허)가 나타났다. 다음으로 가이아 (Γαῖα Gaia 땅, 대지, 사후세계와 대비대는 현세, 활동의 공간)와 타르타로스(Τάρταρος Tartaros 지하세계 또는 지하세계의 맨 아래 공간, 사후세계, 활동정지 · 휴식 또는 망각의 공간) 와 에로스 (Ἔρως Eros 사랑, 욕구, 결합 · 번식 · 번영하려는 의지)가 순서대로 나타났다.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중


  카오스의 원뜻은 "입을 벌리다(chainein)"이며, 이것이 명사화로 굳어지면서 "캄캄한 텅 빈 공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혼돈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결국 캄캄하고 텅 빈 공간, 오펜하이머가 몸을 웅크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힘겨워하던 그 공간에서 전쟁의 종식자는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가 양자물리학을 발견하고 그 혼돈의 시기를 넘어선 것이다. 그 후 버클리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스스로를 찾아갔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있었건 춤추는 별과 함께 춤을 춘 것이다. 



  그럼 다시 질문을 해보자. 혼돈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혼돈 속에서 춤추는 별을 찾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자신의 춤추는 별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이는 멈춰있는 별이 아니다. 세상이 시시각각 변화하듯 내가 바라는 별도 춤추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와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말이다. 



  



  오펜하이머에 관한 영화와 다큐를 보곤 그 교차점으로 나에게 남은 것은 원자폭탄도 맨해튼 프로젝트도 최초의 실험이었던 트리니티도 아니었다. 세상의 선명한 변화의 축을 만든 건 오펜하이머의 지적능력도 아닌 '혼돈'에서 찾은 '춤추는 별'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당신의 춤추는 별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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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 Pixabay


- 영화, <오펜하이머>, 2023

- 다큐멘터리, <전쟁의종식자: 오펜하이머와 원자폭탄>

- 위키백과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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