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전시, 요시다유니 <Alchemy>
당신은
표지사진의 남성들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첫 질문의 답은 '꽃병'이다. 가끔 어떤 사람을 보곤 그 그릇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가 있다. 사람의 그릇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기(根機)이며, 대장부는 필시 큰 그릇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큰 그릇을 꿈꿔야 하며 큰 그릇이 다양한 사람을 품고 큰 일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그릇은 꼭 큰 일만을 만드는 잣대인가? 요시다 유니의 작품으로 나에게 "사람의 그릇은 다양한 모양으로 꽃을 담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같은 옷을 입은 무심한 표정의 남성들은 분홍색의 각기 다른 그릇(꽃병)으로 아름다운 꽃을 담는다. 우리의 그릇은 큰 뜻만이 아닌 오히려 더 큰 자연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주 지인의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요시다 유니의 전시를 다녀왔다. "형이 좋아할 것 같은 전시라서. 같이 가보자" 사실은 전시와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재미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경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일본 최고의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라는 사람이.
일본의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 잡지,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담당하며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려 했던 고대의 연금술사들처럼, 요시다 유니는 이미지가 시각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심상 중 '가공되지 않은 본래의 형태'만을 추출하여, 그것을 원료 삼아 또 다른 이미지로 재조합 Recombination / 변환 Convert / 대체 Replacement 하며 독특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합니다.
- 서울미술관, 작가 소개 중
작품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요시다 유니는 경계를 재정립하는 마술사와 같이 다가왔다. 그녀는 대부분 식물이나 식재료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은 CG가 아닌 수작업으로 직접 만든다.
바나나와 사과는 직접 모자이크로 하나하나 잘라 재조합한다. 햄버거의 재료들을 사각사각 잘라 다시 만든다. 김밥인 줄 알았던 것이 자세히 보니 사람이다. 그냥 사람인 줄 알았던 것이 다시 보니 김밥이다. 이렇듯 그녀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구성의 경계를 흥미롭게 다시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려면 우리 또한 다시 봐야 한다. 당연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다시 보면 새로운 느낌을 준다.
<후크포인트>의 저자 브랜던 케인 Brendan Kane은 매일 600억 개의 메시지가 SNS에서 쏟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한다. 3초 세상에서 승리하는 법을, 수없이 많은 메시지에서 나의 표현을 3초 안에 다른 사람들이 낚을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왜 3초 일까?"
페이스북의 비디오 프로덕트 매니저 맷 페이크스 Matt Pakes는 3초가 지났으면 영상을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을 3초 이상 보면서 안 넘기고 있다면 피드를 스크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 Brendan Kane, <후크포인트> 중
그렇다. 수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매체의 메시지 속에서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 그 시작은 3초인 것이다. 3초의 시간이 그다음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3초의 마술을 잘 만드는 것이 요시다 유니인 것이다. 그녀는 아티스트보다는 스스로를 '아트디렉터'로 불리길 원한다. 예술가로 심오한 예술세계를 펼치기보다는 3초를 멈추게 하고 그다음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그의 동료 작가도 말한다. 요시다 유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3초의 시간을.
선명함에 숨을 죽이고, 다채로운 의미에 놀라고, 경쾌하면서 압도적인 상상력에 기쁨이 솟아난다. 이것은 요시다 유니 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3초의 시간.
-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우리는 전시를 보러 가면 보통은 천천히 거닌다. 그러다가는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전시장에 갔다는 것은 무엇을 보러 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나를 멈추게 하는 작품들은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눈길을 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좋은 것에 눈길이 끌릴 상태인가'도 중요하다. 천천히 거닐며 무언가를 받아 들 일 마음과 시간을 가진다는 것. 그것이 전시가 우리에게 주는 힘인 것 같다.
우리의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브런치는 우리가 글에 눈길을 줄 시간을 준다. 하지만 그 수많은 글 안에서 내 글에 멈추고 읽고 생각하게 만들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크포인트>에서는 3초 안에 눈길을 끌고 머물고 생각할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한 번 보시길 추천한다.
다시 한번 요시다 유니의 작품을 꺼낸다. 표지에 넣은 작품이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보고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나의 글은
3초 세상에서
당신을
멈추게 할 수 있는가?
#원웨이브 #나만의물결 #Unique #슬로우라이프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요시다유니 #Alchemy #전시리뷰 #후크포인트 #3초세상
사진. 원웨이브
- 전시, 서울미술관, 요시다 유니<Alchemy>, 2023
- 브랜던 케인, <후크포인트>, 윌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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