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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정 Aug 13. 2016

열심을 위한 열심

나는 무엇을 위해 이다지도 달리는가

오일파스텔 책에 빠져 한동안 오일파스텔을 가지고 놀았다. '화방넷'이라는 미대 입시생들의 놀이터라는 곳도 처음 입성해 한참을 그 안에서 서성였다. 색연필도 사고 스케치북도 사고 연필깎이도 사고. 그렇게 한 다발 택배가 배송되는 것이 어쩐지 뿌듯했다. 색연필을 깎고 오일파스텔로 이리저리 금을 그어보고. 책을 보며 따라 그리기를 수십차례 드디어 내가 원하던 그림을 짠! 하고 그려낸 뿌듯함이 대단했다. 잠깐동안 나는 간만에 느끼는 새로움에 꽤나 빠졌었다.


나더러 참 열심히 산다고 한다. 밤낮없이 주말도 요일도 잊은 회사일 속에서도 끊임없이 꼼지락거린다. 틈만 나면 무언가 배워보려고 기웃기웃. 열심이라는 말로 위안할 수도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새로움에, 배움에, 스스로 느끼는 열심의 쾌락에 사실상 중독이 된 것이다. 사실 이것저것 열심을 부리는 건 어느 것 하나에 진득하지 못하고 욕심많게 일을 벌려놓는다는 것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경험들이 모두 자양분이 될 거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채용 정보를 기웃기웃, 자기소개서 쓰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린 요즘. 스스로가 파놓은 방랑자적 삶에 지쳐가는 머리는


사실 좀 적당히 하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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