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던 하늘이 집을 나서려는
순간 꾸륵꾸륵해졌다. 소나기일거야, 하고
몇 십 분을 더 기다려봤지만 비는 세찼다. 하는 수 없이 가방을 고쳐메고 집 근처 카페를 향해 가는 길.
그는 스웨이드 재질의 운동화를 신고 왔다.
'......'
저 운동화가 젖었을 때의 기분을 내 알지.
카페에 도착해서도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린티프리푸치노 그란데사이즈'를 시키며
휘핑크림을 올려달라는 그를 보자 어느정도 기분을 짐작한 나는 쇼케이스에 진열된 케익을 가리켰다. 한눈에 봐도 꽤 그럴싸한 크기에 가격도 다른
케익보다 저렴한 카스테라. 진한 바닐라시럽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안에는 크림이 가득 들었다.
우리는 속이 하얀 카스테라를 열심히 퍼먹었다.
정확히는 내가 그의 입으로 열심히 퍼날랐다.
한참 단것을 먹고 마시고, 책보고 공부하고 하던
그가 옆에서 끄적거리는 나를 보며 마침내 배시시 웃는다.
"사랑해~"
어린애를 기르는 기분이 이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