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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정 Aug 26. 2015

야채사라다빵

익숙한 것으로의 회귀.

태극당, 서울시 장충동


프랜차이즈 빵회사에서 근무하는 터라 종종 점포에 지원을 나갈 일이 있다. 집 근처 아담한 매장에

봄맞이 대청소 인력으로 출근한 날, 사장님은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왜 그 양배추 잘게 썰고, 당근이랑 좀 섞어서

마요네즈에 무쳐 넣은 맛. 그 사라다빵 하나면

매출이 엄청 뛸걸? 그 좋은 걸

왜 개발 안하나 몰라."


사라다빵! 양배추가 아삭아삭하니 그리워지는 맛. 시간이 지나면 빵이 물기에 축축히 젖는 이유

이상으로, 그 빵은 꽤나 촌스럽다. 프랑스 풍으로

멋드러지게 꾸며놓은 가게엔 어울리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며 유리창을 박박 닦았다.


하지만 그 빵을 다시 맛본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헤어짐의 문턱까지 다녀온 그와

눈물의 화해를 하며 데면데면한 얼굴을 마주한 날,

그는 나를 오래된 빵집으로 이끌었고

운명처럼 야채사라다빵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엄마 냄새처럼 달근하고 포근포근한 기지에

아삭한 양배추의 정감어린 식감.

허전한 배를 채워주는 두툼한 양까지.


그가 나를 이 야채사라다빵처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언제고 그리움이 느껴지면 돌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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