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하나.
걔는 늘 그랬다. 주말에까지 요리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비루한 정성을 비웃듯, 휘황찬란한
도시락으로 나를 휘둥그레지게 하는 사람.
"뭐야 이거~ 반칙이야."
"진짜로 다 만든거야?"
"우엉은? 새우튀김은?"
"...... 사실 사온거야."
이런들 저런들 어쨌든, 맛은 기깔났다. 도시락통에 흐트러지지 않게 담아온 그의 숨은 의도에는
골이 났지만 새우튀김은 와삭와삭, 참치내용물 속 와사비맛은 향그러웠다. 나는 고작 고추장밥을
뭉쳐서 계란에 지져온 것 뿐인데!
자취하는 살림에 과한 식재료는 지양하는 편이라 집에 있는 재료들을 둘러봤다. 마침 밥은 있다.
냉장고 속 묵은 고추장도 있다. 계란도 넉넉하고
냉동고에는 엄마가 볶아준 깨소금도 있다!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찬장
구석에 박아둔 김도 가루내어 뿌려넣고 깨소금
솔솔 뿌려 동그랗게 빚는다. 풀어둔 계란에 푹 담가 후라이팬에 지지면 간단하지만 볼품도 없는
계란밥 완성!
잘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요리하는 여자친구라지만 남들 다 하는 파스타
한 번 해주지 않음이. 민망한 마음에 김밥만
깨작깨작 찔러보는데 계란밥을 쏙쏙 다 먹던
그가 하는 말.
"완전 맛있다!
내가 예전에 엄마 계란밥 먹고싶다고 한 거
기억하고 해준거지? 고마워~"
!
아하~
스스로 좋은 해설을 달아주는 이런 고마운 사람.
덕분에 우린 오늘 쌤쌤인걸로.
사실 기억 못하고 있었던 것은 왕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