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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정 Aug 29. 2015

김밥과 계란밥

누가누가 잘하나.

청춘페스티벌, 상암월드컵경기장


걔는 늘 그랬다. 주말에까지 요리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비루한 정성을 비웃듯, 휘황찬란한

도시락으로 나를 휘둥그레지게 하는 사람.


"뭐야 이거~ 반칙이야."

"진짜로 다 만든거야?"

"우엉은? 새우튀김은?"


"...... 사실 사온거야."



이런들 저런들 어쨌든, 맛은 기깔났다. 도시락통에 흐트러지지 않게 담아온 그의 숨은 의도에는

골이 났지만 새우튀김은 와삭와삭, 참치내용물 속 와사비맛은 향그러웠다. 나는 고작 고추장밥을

뭉쳐서 계란에 지져온 것 뿐인데!





자취하는 살림에 과한 식재료는 지양하는 편이라 집에 있는 재료들을 둘러봤다. 마침 밥은 있다.

냉장고 속 묵은 고추장도 있다. 계란도 넉넉하고

냉동고에는 엄마가 볶아준 깨소금도 있다!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찬장

구석에 박아둔 김도 가루내어 뿌려넣고 깨소금

솔솔 뿌려 동그랗게 빚는다. 풀어둔 계란에 푹 담가 후라이팬에 지지면 간단하지만 볼품도 없는

계란밥 완성!


   나름 청춘이지만 내리쬐는 햇볕을 맞고있지는 못했다.


잘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요리하는 여자친구라지만 남들 다 하는 파스타

한 번 해주지 않음이. 민망한 마음에 김밥만

깨작깨작 찔러보는데 계란밥을 쏙쏙 다 먹던

그가 하는 말.



"완전 맛있다!

내가 예전에 엄마 계란밥 먹고싶다고 한 거

기억하고 해준거지? 고마워~"



!

아하~

스스로 좋은 해설을 달아주는 이런 고마운 사람.

덕분에 우린 오늘 쌤쌤인걸로.


사실 기억 못하고 있었던 것은 왕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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