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의 예의 바른 마음
반에서 '가장 예의 바른 어린이 이름 써내기'를 했는데 한 표도 받지 못했다는 승호는 슬픈 표정이었다. 그런 승호를 보자 내 마음도 같이 가라앉았다. 나는 아직까지 긴장감을 벗지 못한 1학년 엄마였다.
“000의 표가 많이 나왔어”
“그렇구나. 그 애가 표를 많이 받았구나. 승호는 누구 이름을 적었는데?”
승호는 어떤 아이를, 어떤 특성을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는 걸까 궁금해서 물었다.
“나? 나는 당연히 ‘우리 모두’라고 적었지.”
순간 ‘승호를 어떤 말로 위로하지, 정말 한 표도 받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닐까’ 헤매던 마음, 낙담하던 마음은 웃음으로 번졌다.
‘괜찮아, 비록 친구들에게 한 표도 받지 못했지만 우리 승호의 바탕은 너무나 맑고 귀해. 모두를 예쁜 눈으로 바라봐 줄 수 있다니 너의 마음은 보물이구나. 고마워’ 나는 승호를 꼭 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승호는 이 엄마의 손길이 위로였는지 고마움이었는지 구분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