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가 훨씬 지난 오후 느즈막,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한끼도 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나는 꺼질 듯 허기를 느끼고 급하게 밥을 비볐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던 규호는 스르르 낮잠에 빠졌고 승호 준호는 태권도장에 가서 빨래건조기 돌아가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입을 오물거리는 동안 그러니까 숟가락을 놓아도 되는 그 잠시 동안 쉬는 손마저 아쉬워 쌓인 빨래를 갰다. 그리고 등에는 아기를 매단채. 효율면에서 따지면 글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다 할 수도 있고, ‘일은 한번에 하나씩 하라고 일이란다’는 철학적 수사에 배치되기도 하겠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하는 것에 오히려 익숙해졌다.
요즘 육아서들 트렌드는 아이행복에서 엄마행복으로 그 저울추가 많이 넘어왔다. 아기가 있지만 자신도 세련되게 가꾸고 여가생활도 즐기라고, 거기에서 얻는 에너지가 아기를 키우는 활력이 된다고 했다. 그럴 때면 그 세계가 너무나 쿨하고 당당하게 보이고 반면 나는 폭삭 오그라든 식물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설득에도 나는 아직껏 아이들을 떼어놓지 못했다.
육아서를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근 10년간 그 세계 속에 있다보니 인기 육아법도 변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 세월 동안 나랑 맞는 부분이다 싶으면 ‘잘하고 있지’ 자만하기도 했고 반대로 확연히 다르면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침대에 맞춰 사람의 팔과 다리를 자른 프로크루스테스의 폭력 처럼 유행에 따라 육아 스타일을 줄였다 늘렸다 할 수는 없겠지.
웹툰작가로 파트타임 재택근무를 하며 시호를 키우는 난다님의 [거의정반대의행복]을 읽다보니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파악하는 것만 중요하게 여겼는데, 어떤 육아가 내 기질에 맞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다’(p 168)는 고백이 있었다. 아이에게 맞는 육아법뿐 아니라 나에게 맞는 육아법이라.
그래, 나는 좀 오래되고 고생스런 육아법이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이 내 기질과 생각에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우리 가족의 시간과 모양이 변화되면 육아법을 포함한 생활방식도 그에 따라 융통성 있게 수정 될 것이다. 지구상 하늘 아래 모든 가정의 육아법이 크고 작은 폭으로 다르겠지만 다 저마다의 행복과 가치 위에 꾸려지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응원하고.
#브런치 북 #아들만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