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얗게 내린 날 그러니까 창 밖이 환상적이었던 날, 나는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기는 열이 나는데 미끄러운 길에 특히나 취약한 내가 아기를 무사히 병원 까지 데려 갈 수 있을까.
그러나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학교 간 첫째 둘째가 돌아오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결국 나는 콜택시를 불러 한 손으로 한호(셋째, 5세)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기띠에 매인 아기의 엉덩이를 받치고 엉금엉금 소아과로 갔다.
어수선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나는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해 당당하게 접수대로 향했다. 비장한 마음도 있었을까. 기계적인 간호사 앞에서 열심히 한호 이름과 아기 생년월일을 섞어 말할 때 목소리 톤도 컸으니까.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던 간호사가 “아기 이름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데요!” 라고 쌀쌀맞게 말했다. “예방접종을 하러 두번이나 왔는데요”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아기가 칭얼대서 엉덩이를 토닥여 주는데 순간 밀려드는 이상한 느낌,
점점 굳어지는 얼굴, 이런! 아기 이름이 한호라고? 한호 이름에 규호 생년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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