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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 Aug 23. 2023

늦더위를 날려줄 클래식?

헨리 카웰의 <반시> 소개 

몇 해 전 시골에서 새벽에 귀신 소리를 듣고 까무러친 적이 있습니다. 그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라니였죠. 그런데 피아노에서 고라니 소리를 능가하는 귀신 소리가 난다면 믿으시겠어요?



| 귀신 소리의 정체! 헨리 카웰의 <반시>

ⓒ Smithsonian Folkways Recordings



20세기 미국의 아방가르드 음악가 헨리 카웰(Henry Cowell, 1897-1965)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현대음악 작곡가입니다. '울트라 모더니스트'라고도 불리는 카웰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교육자로서 조지 거슈윈과 존 케이지 등의 제자를 양성하기도 했죠.



Henry Cowell - The Banshee / Mirela Zhulali 유튜브 영상



오늘 들으실 음악은 1925년 작곡된 헨리 카웰의 <반시(The Banshee)>라는 피아노 곡입니다. 그가 고안한 '스트링 피아노' 주법을 사용한 이 곡은 피아노의 건반을 눌러서 연주하는 대신, 연주자가 일어서서 피아노 속의 현들을 튕기거나 문지르는 방식으로 소리를 냅니다. 재미있는 점은 페달을 밟고 있을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죠. 한 사람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페달을 밟고, 한 사람은 피아노의 몸통 쪽에 서서 연주하는 형식이랍니다.



| 전쟁 이후 생겨난 실험적 양식 

John Cage: 4'33'' / Petrenko · Berliner Philharmoniker 유튜브 영상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음악계에서도 기존 전통을 거부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었죠. <반시>처럼 새로운 주법으로 피아노를 다루는 작품들을 비롯해,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에서 시작된 ‘음렬주의’, 존 케이지의 <4분 33초>와 같은 ‘우연성 음악’,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 등, 서양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조성체계를 무너뜨린 다양한 실험적 양식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헨리 카웰의 <반시>를 들으며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참고로 ‘반시’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민화 속에 등장하는, 울어서 죽음을 예고하는 여자 요정이라고 해요. 요정보다는 요괴에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로 이런 음향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죠?



이 글을 피아니스트 이루미 님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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