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뉴 Sep 13. 2023

두 번째 인사, 니스 해변에서

김성주 작가의 프랑스 니스 여행기

ⓒ 김성주 작가


놀라셨죠? 낯선 이가 불쑥 꽃을 내밀어서.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아름다운 ‘니스’에서의 휴일 게다가 날씨까지 화창하니 이런 일이 이상할 것도 없죠. 검은 자갈뿐인 카라스 해변을 환히 밝혀준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실은 조금 전에 살레야 꽃시장에 다녀왔거든요. 아침 빛 머금은 꽃에 마음을 뺏겨서 덜컥 한 다발 사 버렸어요. 그제야 홀로 여행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뭡니까. 그러니 사양 말고 받아주세요. 제 행운을 나눠 갖는다 생각하시고.


파리에서 오셨어요? 아니면 마르세유? 보통 복작대는 대도시를 둘러보고 오기 마련이니까. 저도 그랬고요. 어때요? 고작 반나절 거리인데 다른 세상 같지 않아요? 오늘도 파리엔 눈이 온다는데 여긴 이미 봄이잖아요. 처음 이 자갈밭에 앉아 파도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고요하고 몹시도 온화해서. 파도가, 햇살이, 바람이며 짠내까지. 혹독한 계절을 보낸 이를 위한 보상 같았달까. 해안선 따라 놓인 파란색 의자들이 그런 의미래요. 누구든 안겨있다 가라고, 털어놓으라고.




| 남프랑스 최고의 휴양지,
코트 다쥐르 그리고 프롬나드 데 장글레

ⓒ 김성주 작가



압니다. 앉아만 있어도 좋죠. 그래도 해변을 좀 걷는 건 어때요? 괜찮다면 제가 발견한 이 도시의 매력들을 알려 드리고 싶어요. 해변 뒤로 넓게 펴 발린 산책로는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 des Anglais), ‘영국인의 산책길’이라고 불려요. 18세기 영국인들이 이 길을 닦는 데 기여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합니다. 이 길 따라 7km쯤 되는데 마세나 광장, 르 네그레스코 호텔 같은 랜드마크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걷는 데 지루할 틈이 없어요. 어제는 걷다 보니 어느새 공항이었다니까요. 



ⓒ 김성주 작가


분홍색으로 장식된 르 네그레스코는 1913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이제는 니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됐죠. 이제 기념품 숍에 있는 그림이나 핀 배지에서 사랑스러운 분홍색 돔이 눈에 띌 거예요. 제가 다녀온 살레야 꽃시장도 횡단보도만 건너면 된답니다. 


해변 중간중간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들도 보셨죠? 지중해를 보며 즐기는 지중해식 요리와 프랑스 와인이라니. 배낭여행 중이라 입맛만 다시지만 다시 니스에 오면 꼭 맛을 보겠어요. 르 네그레스코의 디럭스 룸에서 하루 묵고요. 물론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가까운 빵집에서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만 사 와도 자갈밭이 근사한 오션뷰 카페가 되거든요. 매일 점심을, 종종 저녁도 그렇게 먹어요. 질리지 않냐고요? 에이, 그럴 수가 없죠. 뭘 먹는지가 중요한가요.





| 니스의 낭만을 한 눈에, 

벨란다 타워와 니스 성 전망대

ⓒ 김성주 작가



이 도시를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저 언덕 위에 있어요. 중턱에 보이는 곳은 벨란다 타워 전망대입니다. 좀 가파르긴 해도 십 분만 계단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죠. 곧게 뻗은 것처럼 보였던 산책로가 얼마나 우아한 곡선으로 지중해를 감싸 안고 있는지, 좀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던 도시가 실은 얼마나 가쁘게 숨 쉬는지. 뭐 그런 것들요. 


저는 정오 그리고 해질 무렵에 저 전망대에서 도시 풍경을 감상하곤 해요. 특히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바닷속을 유영하고 해변 위를 미끄러져 지나가는 것을 보면 괜히 짜릿하더라고요. 전망대 중앙에 있는 문루는 비늘을 연상시키는 모자이크 돔으로 유명해요. 이건 직접 올라가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하나 더, 똑같은 모자이크 돔이 도시의 건축물 중에 있으니 한 번 찾아보세요. 눈썰미가 있으시다면 금방 보일 겁니다.


ⓒ 김성주 작가



벨란다 타워 뒤에 보이는 언덕은 원래 니스 성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이 있었다고 해요. 하긴, 주변에서 지대가 가장 높은 곳이니 그랬을 만하죠. 1706년 파괴된 후로는 니스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겸 시민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올라가다 보면 성터 배경으로 춤을 추거나 요가와 명상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재미있죠. 



ⓒ 김성주 작가



하지만 역시 백미는 정상에서 보는 니스 그리고 지중해 풍경입니다. 그러니 벨란다 타워에서 만족하지 말고 하루 정도는 용기 내 정상까지 올라 보세요. 후회 없을 거예요. 언덕 너머에 있는 니스 림피아 항구의 풍경도 아름다워요. 정박된 배 뒤로 색색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사진이 거기서 찍은 거예요. 


아까 이야기했던 모자이크 돔은 니스 성 전망대에서 더 잘 보여요. 생트 레파라트 대성당입니다. 저도 동유럽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성당이며 교회, 성들 꽤나 봤지만 생트 레파라트는 그곳들과 또 다른 감동이 있었어요. 내려가는 길에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적막 그리고 포용이 해변의 그것을 닮았거든요.




| 화가의 날개를 가진 시인, 마르크 샤갈 미술관

ⓒ 김성주 작가



한 가지 더, 지나칠 수 없는 게 있다면 예술이겠죠. 모두가 그랬겠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이 니스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파리를 떠나 이곳에서 30여 년간 ‘니스 시절’을 보내며 미술사에 남을 작품들을 남겼다고 해요. 그 기록들이 마티스 미술관에 있고요. 


저는 마르크 샤갈 미술관이 좋았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고즈넉한 정원과 건물 외벽을 채운 샤갈의 벽화만으로도 특별했어요. 열두 점의 성서화가 유명하지만 만약 방문하게 된다면 특유의 꿈꾸는 듯한 터치로 만들어진 쪽빛 스테인드글라스와 그의 그림이 그려진 피아노를 꼭 보고 오세요. 니스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되었으니까요.



ⓒ 김성주 작가



이것저것 욕심부려 말씀드렸지만 어쩌면 니스에서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와의 짧은 대화가, 작은 선물이 니스에서의 소중한 하루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침 날씨도 끝내주니까요. What a Nice day!




이 글을 여행 포토그래퍼 김성주 작가가 기고한 글입니다.






김성주 작가의 두 번째 여행지 프랑스 니스를 잘 돌아보셨나요? 이렇게 멋진 사진과 친근하게 소개하는 여행 칼럼을 보고 나도 이렇게 사진 찍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 말고 아래 배너 클릭해주세요. 김성주 작가님이 직접 알려주는 스마트폰 사진 수업 한 번 들어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별자리로 알아본 내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