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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면 더 좋아요!
칸이킨츠기 클래스

오뉴 칸이킨츠기 클래스 후기

by 오뉴

깨지면 더 좋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칸이킨츠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킨(金)은 일본어로 ‘금’, 츠기(継ぎ)는 ‘이어붙임’이라는 뜻으로 킨츠기(金継ぎ)는 그릇의 깨진 부분이나 흠집을 옻을 사용해 수선하는 일본의 전통도예 기법인데요. 최근 코로나19와 리사이클링 붐이 일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라면 오뉴도 빠질 수 없죠. 지난 11월, 오뉴에서 진행한 칸이킨츠기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저마다 상처만 그릇을 가져와 직접 수리하는 재미와 보람을 안고 간 이날의 현장을 소개할게요.



|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다!

칸이킨츠기 (15).jpg ⓒ 오뉴



지난 11월 27일, 오뉴하우스 라운지에서는 ‘칸이킨츠기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오전, 오후 각각 2시간 동안 열린 이날 수업에는 저마다 깨지거나 부서진 그릇 등의 기물을 가져와 칸이킨츠기 작업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문화재 복원가이자 현재 상상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상 대표는 짧은 인사와 함께 칸이킨츠기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생옻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최소 한 달의 작업 기간이 걸리는 ‘혼키츠기’에 비해 합성 재료를 섞어 일수를 단축시킨 게 바로 칸이킨츠기라고 설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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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킨츠기 (10).jpg ⓒ 오뉴



이어 김유상 대표는 저마다 가져온 기물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환자를 진찰하듯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의사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때 수강생들은 이 물건에 깃든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꼭 고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친정엄마가 준 그릇, 남편이 선물로 가져온 촛대 등 저마다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 있었죠.



| 결함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칸이킨츠기 (28).jpg ⓒ 오뉴



수강생들의 물건 스캔이 모두 끝난 김유상 대표는 칸이킨츠기 본격적인 작업을 설명했습니다. 보통 킨츠기는 크게 붙이기, 메우기, 살 만들기, 칠하기, 장식용 금, 은 뿌리기 등 크게 5가지 작업으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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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킨츠기 (14).jpg ⓒ 오뉴



이날은 조각난 그릇은 없었고, 대신 이가 빠지거나 금이 간 물건이 많아 붙이기는 생략했습니다. 수강생들의 첫 작업은 수리 부분을 깨끗하게 닦는 것. 이후 강화용 에폭시를 잘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물 사포로 메운 부분을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죠. 접착한 면이 매끄러워야 예쁘게 수리가 된다는 김유상 대표의 말에 수강생들의 팔이 바빠졌습니다.



칸이킨츠기 (18).jpg ⓒ 오뉴



사포 작업을 마친 후, 그 위에 붉은합성옻 칠하고 스며들기를 기다렸죠. 중요한 건 금이 가거나 이가 빠진 부분을 정확하게 칠해야 했는데요. 한 수강생은 선을 계속 잘못 그려 지우고 칠하고를 반복하며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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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킨츠기 (23).jpg ⓒ 오뉴



이어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졌는데요. 바로 붉은합성옻을 칠한 부분에 가금을 톡톡 뿌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붉은색에서 바로 금색으로 변하는 순간, 환골탈태! 금이 가고 상처가 난 물건이 금색 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물건이 되었죠. 추억의 물건들이 칸이킨츠기라는 심폐소생술을 거쳐 살아 숨 쉬는 것을 모두가 지켜보며 이날 수업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칸이킨츠기, 추억을 복원하다! 김유상 대표

칸이킨츠기 (8).jpg ⓒ 오뉴



Q. 칸이킨츠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동경예술대학시절 문화재 보존수복 도자전공을 했는데, 분야가 축, 회화, 동양화, 불교 미술, 도자기 등 10가지 정도 되었어요. 각 분야 한 명씩 뽑는 거였는데, 운명처럼 도자기를 하게 되었죠. 그때 배운 게 킨츠기였어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활성화되어 있죠.


한국으로 돌아온 후 10년 동안은 킨츠기를 까먹을 정도로 해본 일이 없어요. 그러다 리사이클링이 트렌드가 되면서 지인들이 하나 둘 가르쳐달라고 하고, 깨지거나 금이 간 물건을 가져온 고객들의 수가 늘어났어요.


Q. 칸이킨츠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정도일 것 같아요. 고가의 소장품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또 하나는 추억을 복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칸이킨츠기 방법으로 추억을 애장품을 복원할 수 있는데, 값어치와는 무관하죠. 어떤 분은 다o소 매장에서 구매한 그릇을 가져온 적이 있어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서 꼭 칸이킨츠기로 되살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칸이킨츠기 (3).jpg ⓒ 오뉴



Q. 앞으로 칸이킨츠기를 경험할 분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릇이 깨지면 복이 나간다고 다 버렸어요. 근데 이제 개념이 좀 바뀌었죠. 리사이클링은 물론,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킨츠기 방법이 재조명되고 있어요. 더 오래 예쁘게 간직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직접 킨츠기를 경험하면서 소중한 물건으로 재탄생시켜보세요.





추억을 다시 살리고, 리사이클링으로 환경도 보호한 칸이킨츠기 수업. 오는 19일(화) 오전 오후에도 열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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