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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May 15. 2021

고양이의 행복을 위한 식물, 캣닙


무료한 일상에 찾아온 너


나는 시골 마을 작은 식물 가게에서 일한다. 식물을 화분에 심고 인터넷 주문에 따라 택배로 보내는 단순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가게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길고양이는 겁이 많고 새침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 아이는 야옹야옹~ 울면서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가게 문을 열어두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자기 집인 것처럼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녔다. 그렇다. 나는 간택당한 것이었다. 


원래 반려동물 같은 건 키울 엄두가 안 났는데, 이 녀석 계속 찾아오니 정이 들고 말았다. 사료를 사다 꼬박꼬박 끼니를 챙기고, 식물 포장 박스로 고양이 터널을 만들어주고, 마끈으로 스크래쳐도 만들어주고... 가끔은 식물을 심고 포장하는 일보다 고양이를 쳐다보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캣닙 키우기에 성공하다


이렇게 정이 들다 보니 비록 길고양이지만 외롭고 심심해 보여서 자꾸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있어 매장에 갔다가 캣닙 재배 키트를 사봤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이라나? 기대했던 것보다 발아율이 좋아서 10일 정도 기다리니 작은 싹이 쏙쏙 올라오더니 한 달 조금 더 경과하니 제법 풍성해졌다.


어느 정도 자랐다 싶어 오늘 고양이에게 잎을 한 장 뜯어줘 봤더니 진짜 캣닙에 얼굴을 비비고 몸을 구르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방기! 이렇게 동물도 키우고 식물도 키우고.. 요즘은 뭔가 돌보고 키우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캣닙을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캣닙 씨앗을 뿌린지 10일 정도 경과하니 작은 싹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양이의 마약이라고?


캣닙은 박하류에 속하는 허브다. 고양이가 물어뜯는다는 의미에서 캣닙(catnip)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캣닙은 개박하라고도 불리는데 내한성이 강하고 햇빛을 무척 좋아하는 식물이라 정원, 마당, 테라스 등 바깥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물과 햇빛만 충분하면 무척이나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고양이는 캣닙(개박하) 냄새를 맡으면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행복해하는 행동을 보인다. 캣닙에 얼굴을 문지르거나, 드러눕고, 몸을 굴리는 등 행복에 겨워 보이는 행동을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고양이가 캣닙을 좋아하는 이유


첫째, 캣닙은 강력한 모기 퇴치 효과가 있어서 고양이가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 위해 캣닙을 몸에 묻힌다는 설명이다. 고양잇과의 동물들은 수풀 속에서 잠복하면서 사냥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움직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모기에 취약한 편이다. 그런데 캣닙의 어떤 성분이 강력한 모기 퇴치 효과를 주기 때문에 고양이가 캣닢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둘째, 캣닙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인 네페탈락톤이 고양이에게 모르핀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마약처럼 중독성은 없고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고 한다. 캣닙을 통해 고양이들은 잠시나마 행복과 이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단조로운 환경에 지루함과 외로움을 느끼거나 분리불안을 가진 고양이들에게는 수의사들도 캣닙을 추천한다고 한다. 



물론 모든 고양이들이 캣닙에 반응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고양이들 중 60~70%만 캣닙에 반응을 보이고, 캣닙에 반응하는 행동도 10분 정도만 지속된다. 10분이 지나면 다시 반응하기 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1년 미만의 새끼 고양이나 노령의 고양이들도 반응을 하지 않거나 약한 편이라고 한다.


캣닙은 고양이들이 먹어도 되며 소화를 돕는 작용도 한다. 사료를 잘 먹지 않을 때 먹이에 조금씩 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한다. 



고양이도 이렇게 애정 하는 식물이 있다니 신기하다. 손수 캣닙을 씨앗 뿌려 키우고 고양이에게 주니까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이 느껴졌다. 


식물을 키우고 파는 일이 이제 그냥 루틴이 되어 무심하게 식물을 대하곤 했는데, 이번에 캣닙을 직접 키워 보면서 새로운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많은 집들 중에서 나를 찾아와 준 한 마리 고양이에게 행복의 식물, 캣닙을 바친다. 함께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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