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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Oct 07. 2021

커피 열매가 주렁주렁 집에서 커피나무 키우기

온유한 식물 누나의 플랜트 다이어리


양치기가 발견한 대박 커피나무


커피나무는 600~800년경 에티오피아의 한 양치기가 발견했다고 한다. 사실 양치기라기보다는 양들이 발견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양들이 커피나무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것을 본 양치기가 열매를 직접 먹어보았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깨는 각성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커피 열매를 술로 담가 마셨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즐기기 시작한 건 13세기경부터라고 한다. 아라비아에서는 수도승들이 밤을 새워 기도하기 위해 커피나무를 경작하기도 했다. 잠을 깨기 위해 생존형 커피를 선택하는 우리네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커피나무는 원산지에서는 4~8m 정도로 자라는 나무지만, 실내에서 화분에 심어 재배할 경우 1미터 내외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도 가지치기를 통해 2m 정도의 높이로 관리된다고 한다. 너무 높이 자라면 나무가 빨리 노쇠하여 경작도 좋지 않다고 한다. 



의외로 성격 좋은 커피나무


커피나무는 키우기 힘들 것 같다는 편견이 있지만 의외로 성격도 좋아 키울수록 정이 드는 아이다. 한 그루를 우연히 키우다가 두 그루, 세 그루가 되고 씨앗까지 구해 심어 키우게 되는 녀석이 바로 매력 부자 커피나무다. 관리도 의외로 쉬워서 햇빛이 풍부한 곳에서 키우고, 흙이 마르면 물만 챙겨주면 된다. 


잎은 다소 아래로 쳐지고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자라 그다지 아름다운 수형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잎 자체에 자연스러운 광택이 있어 나름의 관상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커피나무를 키워본다는 즐거움이 있다. 


가위로 줄기나 잎을 손질할 때면 마치 약한 고추 향 같은 특이한 향기가 나는데 묘하게 매력적이다. 복합적인 야채 향기 같다고 해야 할까? 우리 가게 냥이도 가끔 커피나무에 코를 박고 킁킁대곤 한다. 



커피나무 품종과 열매 수확


커피나무는 작은 묘목부터 키울 경우 약 2~3년 정도는 지나야 커피 체리를 볼 수 있다. 커피 체리 안에 우리가 아는 생두(Green Bean) 두 쪽이 마주 보고 있다고 하는데, 체리 안에 한 개의 생두만 가진 것도 있단다. 


커피 2대 원종이 아라비카와 카네포라(로부스타)라고 하는데, 국내에서 유통되는 커피나무는 대부분 아라비카종이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라비카 품종이며, 로부스타에 비해 고급으로 여긴다. 


© rodrigoflores_photo, 출처 Unsplash


로부스타는 향미가 다소 떨어지는데 비해 카페인 함량은 높아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대표적인 로부스타 생산국은 바로 베트남! 인스턴트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한국이 베트남에서 많은 커피를 수입하고 있다. 베트남에 여행을 가면 기념품으로 베트남 커피를 사 오는 분들도 많다. 


이번에 입고된 품종은 카투라인데, 레드 버본(Red Bourbon)의 돌연변이 종이라고 한다. 크게는 2대 원종인 아라비카종에 속한다. 카투라라는 이름 자체가 '작다'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나무다. 하지만 커피 체리가 풍성하게 열리고 수확하기 쉬운 편이라고... 커피의 맛은 깊고 풍부한 신맛과 약간의 떫은맛이 난다고 한다. 



커피나무를 잘 키우려면? 


커피벨트 또는 커피 존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는데,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사이의 열대 지방을 말한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커피가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이곳의 평균 기온은 15~24도 정도로, 우기와 건기가 나뉘어 있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 고지대 조건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하우스 재배를 통해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커피 농장을 할 것은 아니니 까다로운 다른 조건은 제외하고서라도 온도와 토양을 최대한 원산지와 비슷하게 맞춰주는 것이 커피나무를 잘 키울 수 있는 비결이다.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심을 것! 햇빛을 풍부하게 줄 것! 그리고 15~24도 온도를 유지할 것! 



커피나무는 안타깝게도 실내에서 키울 경우 잎끝이 쉽게 갈변된다. 햇빛이 풍부한 실외에서 키울 경우에는 잎끝 갈변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위에는 약한 편이라 겨울에는 반드시 실내로 옮겨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 실내 가드닝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곳을 골라 자리 잡아주는 게 좋다.


그런데 의외로 그늘에서도 커피나무는 그럭저럭 자란다. 웃자람이 생기고 잎이 쉽게 갈변되긴 하지만 생명력이 워낙 강한 편이라 반그늘에서도 키울 수는 있다. 알고 지냈던 커피가게 사장님은 실내에서 커피 열매까지 보셨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 커피나무가 햇빛을 좋아한다고 그늘에 있던 식물을 갑자기 직사광선에 노출시키면 커피나무 잎이 몽땅 타버린다. 슬프게도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환경 변화는 서서히! 조금씩 위치를 옮겨주는 것이 좋다. 



커피체리가 주렁주렁 열리는 날을 기다리며...


실외에서 자라는 나무를 화분에 심어 실내로 들였으니, 잎이 다소 상할 수도 수형이 미워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장기에는 금세 새 잎을 풍성하게 달고, 하얀 꽃에 열매까지 주렁주렁 달아주는 녀석이라 너무 실망하지 말고 정성껏 키워보면 좋겠다. 


겨울에 잎을 다 떨어뜨리고 죽어가던 아이를 밖에 내어 두었더니 자연이 커피나무를 보듬어 주었다. 이번 봄에 새 잎을 잔뜩 올리고 회복한 커피나무다. 여름에는 또 거미의 공격을 받았는데, 친환경 약제를 좀 쳐두었더니 건재하다. 


겨울에는 또 추위와 빛 부족으로 고생 꾀나 하겠지만, 금방 또 회복하리라 믿는다. 겨울이 오기 전 토분에 예쁘게 분갈이를 해주었다. 내년에는 그나저나 커피체리를 좀 보여주려나 벌써부터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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