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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Jun 17. 2021

도도한 까탈레나 허브 식물 잘 키우는 팁



까탈레나라는 오명


허브식물은 귀여운 외모와 상쾌한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악명 높아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다. 향기에 홀려 봄맞이 식물로 덜컥 데려왔다가 며칠 만에 시들게 했다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식물 리스트 중에는 허브가 빠지지 않는다.

      

로즈마리, 라벤더, 애플민트 등 유독 좋은 향기를 품고 있는 허브 식물들이 키우기 어렵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허브는 아무런 죄가 없다. 사실 키우기 어렵다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은 손만 대면 죽는다는 악명 높은 까탈레나, 허브식물 잘 키우는 방법을 공개한다.



congerdesign / Pixabay




허브식물을 잘 키우려면?


1. 시원한 바람 주기!


허브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도 물도 아닌 통풍이다. 허브가 자라기 좋은 곳은 테라스나 정원 같은 외부 공간 또는 빛과 바람이 좋은 베란다이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실내에서 가장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키울 수 있다.


보통 허브식물을 죽이고 나면 우리 집에 빛이 부족했다거나 물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문제는 통풍 부족에서 시작한다. 허브 식물은 관엽 식물에 비해 자연에 가까운 상태에서 자라려는 성질이 강하다. 답답한 실내보다는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라길 원한다.


유칼립투스, 율마, 로즈마리 모두 바람을 좋아한다


로즈마리를 집중력에 좋은 화분이라며 하루 종일 창문을 닫기 일쑤인 공부방 책상 위에서 키우다 시들시들해졌다고 불평한다면 그건 요즘 말하는 스불재, 즉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가까운 것이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실내에 들이고자 한다면 사람도 식물에게 최적의 공간을 찾아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허브는 실내에서 자라는 것을 무척이나 답답해하기 때문이다. 


남는 화분에 아무렇게나 심어놓은 애플민트는 매년 새 잎을 올린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마당이나 정원에 허브를 가꾸는 것이 좋다. 바깥에 애플민트 한 포트를 심어놓았더니 매해 봄이면 예쁘게 향기로운 잎을 쏙쏙 내밀어준다. 


겨울이면 지상부가 모두 시들어 죽은 듯이 보이는데, 봄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 잎이 올라온다. 노력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자연이 키워주는 것이라 키우기 어렵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등에서 많이 거주하는 현실이니 차선책은 베란다와 창가이다. 허브를 잘 키우려면 최대한 창문을 자주 열어 바람을 쐬어주는 것이 좋다. 바람이 잘 통해야 과습 되는 일도 없고 병충해도 예방이 된다. 


출처 : rihaij / Pixabay


2. 햇빛 좋은 곳에서 키우기!


허브 식물은 다른 식물에 비해 광요구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바질이나 로즈마리는 조금 덜한 편. 창가나 베란다, 야외에서 키우는 것은 원활한 통풍뿐만 아니라 햇빛을 받기에도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허브 식물에게 추천되는 장소이다.    

  

햇빛이 부족하면 잎이 꼬이고 뒤틀리거나 웃자라는 등 수형이 망가지기 시작하며 생장에 지장이 생긴다. 그러니 집에서 가장 밝은 곳에 허브 식물이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키울 경우 하루 5~6시간 햇빛에 노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식물등의 힘을 빌려도 좋다. 허브식물은 햇빛을 좋아한다며 갑자기 직사광선에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 환경에 적응한 허브 화분을 갑자기 뙤약볕에 내어 놓으면 잎끝이 타고 식물이 힘들어한다. 서서히 밝은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며, 뜨거운 여름철에는 햇빛보다는 시원한 곳에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다.

 

 

3. 과습 조심하기!


보통 허브식물은 물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경험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허브식물도 다른 식물들과 비슷하게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어야 한다.   

   

민트 종류는 조금 습한 것을 선호하지만 로즈마리나 라벤더의 경우에는 고온다습한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 로즈마리는 경험상 조금 건조한 듯 키우면 오히려 잘 자라는 것 같다.


     

허브는 줄기나 잎 끝이 검게 변하거나 마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잎이 까맣게 변하면서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 일도 있다. 이때 물이 부족한가 싶어 물을 더 준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오히려 물 부족보다는 과습인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루 종일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허브 식물은 당연히 물을 좋아한다. 그만큼 흙이 빨리 말라버릴 테니까. 하지만 실내 화분에서 길러지는 허브 식물들은 생각보다 흙이 빨리 마르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겉흙이 어느 정도 마른 후 물을 주어야 한다. 


  

과습 방지를 위해서는 허브 식물을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분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펄라이트, 마사 등을 분갈이 흙에 충분히 섞어 물 빠짐이 좋도록 식재해야 한다. 통기성이 좋은 토분에 심어 관리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도자기 화분이라도 통풍에만 신경 쓰면 상관없다.  

    

허브 화분을 밖에 내어놓고 키우는 경우, 장마철 비에 계속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게 좋다. 잎이 까맣게 변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밖의 허브 관리 팁      


가지치기에 신경 쓴다


허브 식물은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게 해야 잎이 시들거나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실내는 실외에 비해 통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허브를 키울 때는 수시로 가지치기를 통해 시든 잎을 정리해 주고 통풍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수경재배도 가능


허브 물 주기가 어렵다면 수경재배를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가지치기한 허브 몇 줄기를 물에 꽂아보면 놀라울 정도로 잘 자라니 한 번 시도해 보자. 부엌에 작은 창이 있다면 수경재배 허브로 나만의 키친 가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식용으로 키운다면?


보통 허브 식물은 꽃이 피고 나면 맛이 없어진다고 하니 식용 목적으로 키운다면 꽃눈은 바로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바질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다. 관상용이라면 예쁜 꽃도 보고 수정을 통해 씨앗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허브 모종을 사서 바로 차나 요리에 사용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동안 사용한 농약이 잔류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한동안 관리한 후 새로 난 잎을 위주로 순 따기를 해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리에 활용할 목적이라면 아예 씨앗을 심어 직접 재배하면 더 안심이 된다. 


직접 씨앗을 뿌린 바질. 새싹이 올라오고 있네요.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식용 가능한 허브인지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미허브를 허브식물로 착각하고 차를 끓여 마셨다는 아무개 씨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장미허브는 엄밀히 말해 허브가 아니다.


허브인 듯, 허브 아닌, 허브 같은 너! 장미허브는 그냥 향기 좋은 일종의 다육식물일 뿐이니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장미허브, 허브 아님 주의!


또한 식용 가능한 허브라도 고혈압 환자는 로즈마리 차를 피해야 하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분들은 레몬밤을 피해야 하는 등 주의사항이 많으니 전문가와 상의하고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허브는 자연의 향으로 우리 두뇌를 자극하여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살균, 살충 등 여러 가지 유익한 작용을 하는 식물이다. 실내에서 키우기는 다소 까다롭다 여길 수 있지만 빛과 바람이 좋은 곳에서 키운다면 '의외로 잘 자라네?' 하며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이제 허브가 ‘까탈레나’라는 오해는 그만! 식물의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환경만 갖추어준다면 허브는 우리에게 공기 정화, 스트레스 해소, 살균 등의 유익한 작용뿐만 아니라 향긋한 차와 요리로도 우리를 기쁘게 하는 다정한 식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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