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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Jul 28. 2021

테이블야자가 알려주는 느림의 미학

온유한 식물 누나의 플랜트 다이어리


알고 보면 고급진 이 식물!


테이블야자는 영명으로 Parlour palm이라고 하는데, 응접실용 야자 정도로 해석이 되겠다. 원래 멕시코나 과테말라 등이 원산지이지만 실내 식물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부터 널리 키워져 왔다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응접실(Parlour)이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고, 손님들을 맞이하거나 자신의 부와 소유물을 뽐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응접실 한켠에 놓인 테이블야자라는 이국적인 식물은 집주인의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을 뽐내는 상징물이었다고 한다. 테이블야자는 여전히 영국 왕립 원예협회의 어워드 오브 가든 메리트(AGM)에 빛나는 아름다운 식물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대중적이고 흔한 테이블야자가 무척 고급스러운 식물로 다시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은 가격까지 무척 착한 식물이다. 하지만 테이블야자의 유서 깊은 역사를 안다면, 더 이상 이 식물이 값싸고 흔한 식물로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테이블야자가 완벽한 실내식물인 이유


공기정화식물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상적인 실내 식물로 테이블야자를 꼽는다. 테이블야자는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적응하고 공기정화 기능과 증산 작용 역시 탁월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민감한 구석이 없는 원만한 녀석이라 누구나 키우기 쉽고 병충해 발생도 적은 편이다.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라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성장 속도가 느린 게 왜 장점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고무나무나 몬스테라처럼 쑥쑥 잘 자라는 아이가 처음에는 좋아 보여도 곧 공간을 많이 차지해 골머리를 앓게 된다. 


특히, 인도 고무나무 같은 식물은 금세 천장을 뚫을 듯한 기세로 거대하게 자라기 때문에 오히려 공간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깨버리는 경우가 있다. 



테이블 야자처럼 예측할 수 있는 적절한 속도로 자라는 식물이 플랜테리어나 분갈이 등 관리 면에서도 훨씬 편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테이블야자라는 이름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키우는 야자라는 뜻인 만큼 테이블, 선반, 책상 등에 올려두기 좋은 식물이다. 자신의 속도대로 느릿느릿 자라는 식물도 우리 공간엔 꼭 필요한 법이다. 



테이블야자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는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 화학물질을 잘 제거하는 공기정화식물이다. 공기 중으로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 작용도 활발해 실내 공간의 습도 조절에도 좋다. 


이국적이고 우아한 수형과 함께 공기정화, 습도 조절 기능도 뛰어나니 정말 이상적인 실내 식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테이블야자의 꽃말은 더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끄는데, 바로 '마음의 평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식멍하고 있으면 왠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만 같은 이 식물! 어떻게 키우는지도 한 번 알아보자. 



테이블야자 키우기


테이블야자는 대표적인 반음지 식물이다. 아침 햇살이나 늦은 오후 스쳐 지나가는 햇빛 정도는 괜찮지만 직광은 좋지 않다. 잎 끝이 타들어가는 것은 강한 햇빛을 받았을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지 않는 곳에 키우는 것이 좋고, 밝은 느낌이 드는 그늘이 이상적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실내조명으로 부족한 빛을 보충해 줄 수 있다.



겉흙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지만 자칫하면 과습의 우려가 있다. 물은 자주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건조한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게 낫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것이 좋고, 주변이 지나치게 건조할 때는 잎을 중심으로 분무해 주면 좋다.


분갈이는 자주 필요 없는 식물이다. 뿌리가 꽉 차도 크게 개의치 않는 식물이라 잘 자라고 있는 중소형 식물의 경우 2년에 한 번 정도 분갈이하고, 대형의 경우에는 화분 겉흙을 추가해 주고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급여하는 것으로 번거로운 분갈이를 대체하기도 한다.



테이블야자는 수경재배가 쉬운 식물이기도 한데, 뿌리의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준 다음 화병에 물을 담아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줄기나 잎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의 높이에 신경 써야 한다.


물은 식물의 뿌리에만 닿도록 수위를 조절한다. 자갈 등을 깔아 수위 조절을 하면 쉽고, 처음부터 입구부가 좁은 화병을 선택하면 원하는 높이에서 식물 고정이 수월하다.



테이블야자처럼 느리게 느리게!


여름 하면 생각나는 싱그러운 식물들 중에는 소철나무, 수국 등이 있지만 나는 테이블야자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무더운 날씨에도 실내 공간 한 켠을 지키며 어둠을 이겨내고 느긋이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자라는 테이블야자...


왠지 테이블야자의 속도에 맞춰 나도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 살아가고 싶어진다. 뜨거운 여름 다들 빨리 자라려고 아우성치는 식물들 사이에서 급할 것 없다며 깃털 같은 우아한 잎을 한 장 한 장 천천히 펼치는 테이블야자..... 성급하고 성마르기 쉬운 이 여름에 키우기 딱 좋은 식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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