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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May 04. 2023

산딸나무 십자가 모양의 청아한 꽃과 질서정연한 매력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식물로 층층나무과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가지 배열이 층을 이루며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형에서부터 단정하다는 인상을 주고, 꽃은 청초하고 아름다워 제가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지요. 


산딸나무의 가지는 층을 이루며 수평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 수평으로 뻗은 가지에 꽃이 일제히 위를 향해 피어있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저는 산딸나무를 무주 구천동 계곡으로 캠핑을 갔다가 처음 보았는데, 잘 둘러보니 아파트 조경수로 여러 개체가 심어져 있더라고요.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주변에 귀한 나무가 제법 많습니다. 


아는 만큼 그리고 관심을 가진만큼 그 본질을 보여주는 나무들입니다. 소리 내 부르지 않아도 우리가 가만히 보아주길 오랫동안 기다렸나 봅니다. 



산딸나무는 꽃 모양이 십자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산딸나무로 만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4장의 포엽입니다. 포엽이 둘러싸고 있는 산딸기처럼 생긴 부분이 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원예식물 중 안스리움이나 스파트필름의 꽃 구조를 연상시킵니다. 존재감 없는 꽃 대신 꽃을 둘러싼 화려한 포가 나비나 벌을 유혹하는 것이죠. 


출처 : 우리 생활 속의 나무


산딸나무는 열매가 꼭 새빨간 산딸기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맛도 좋아 새들이 좋아하는 열매라고 하네요. 정원에 심어두면 새들을 불러 해충을 방지하는데도 좋을 것 같아요. 


산딸나무는 생장이 느린 편이라 목재가 단단해 악기를 만드는 데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팬이기도 한데, 산딸나무를 보며 질서정연함 속의 아름다움, 조화로움 속의 파격과 창의성을 담아낸 바흐의 음악을 떠올렸습니다. 산딸나무를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딸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 들어가 꽃 사진을 찍는데 마음이 절로 평온해지더라고요. 짙푸른 녹음 아래서 뜨거운 태양을 피할 여유를 주는 나무들... 코끝을 편안하게 하는 신선한 공기... 나무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도 모르게 많은 것을 베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을 걷다 어딘가에서 산딸나무를 발견한다면 이 나무의 매력을 잠깐 관찰해 보세요. 아마 무심히 바라보던 나무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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