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슈퍼 IP <아케인>의 성공이 말해주는 것

콘텐츠 카트 17

by 시그리드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읽으시려면, 여기서 구독 가능해요.


최근 가장 즐겁게 보았던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아케인>과 영화 <위키드> 입니다.

두 작품은 모두 원작, 그중에서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슈퍼 IP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키드>는 뮤지컬, <아케인>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원작인데요. 뮤지컬 위키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중 하나고, 라이엇게임즈의 LOL(롤)은 얼마 전 열린 롤드컵을 전 세계 5억 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 있는 게임입니다. 저 같은 롤알못도 페이커라는 위인이 속한 T1이 롤드컵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했다는 걸 알 정도니까요.


요즘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말라붙어 IP 시장(IP를 기본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를 통칭해 보겠습니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유명한 IP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성공을 보장하는 슈퍼 IP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지고 있죠. 지난 카트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기 있는/검증된 IP 그중에서도 정말 인기 있는 슈퍼 IP와 프랜차이즈 IP에 대한 재생산은 지속되고 있죠. 디즈니와 같은 대형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실사화, 리메이크, 프리퀄, 시퀄 등으로 인기 있는 IP들을 영상화시키고 있는데요. 올해 개봉한 <인사이드아웃 2>의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 흥행 갱신이 이를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는 <모아나>의 후속편인 <모아나 2>도 11/27 개봉했고, <라이온 킹> 시리즈의 프리퀄인 <무파사>도 12월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위키드>는 지난 주말(11월 넷째 주) 미국의 역대 뮤지컬 원작 영화 스코어를 갱신했고, Act1~3까지 모두 공개된 <아케인>은 전 세계 85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시즌 1에 이어서 시즌 2도 시리즈 부문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잘 된 이유는 자명합니다. 원작 팬들을 만족시켰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요.

이번 카트에서는 <아케인>을 중심으로, 슈퍼 IP의 성공 사례를 알아봅니다.



왜 슈퍼 IP인가?

슈퍼 IP는 말 그대로, 인지도 높고 이를 소비하는 팬층도 두터운 IP를 말합니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은 콘텐츠나 캐릭터들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재탄생되고 있죠. 대표적으로 마블, 스타워즈, 슈퍼마리오, 포켓몬, 해리포터 등이 있고요.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입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러한 슈퍼 IP를 어마어마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취득합니다. 디즈니가 마블과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것처럼 아예 제작사를 사버리기도 하죠. 그 이유는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작품을 알리는 것보다 쉽고, 팬덤은 알아서 반응하고 홍보하므로. 그래서 마케팅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듭니다. 원작 자체가 워낙 튼튼하다면 오리지널 작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각색하는 게 리스크가 적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슈퍼 IP는 애니메이션, 실사화, 시리즈화, 게임화 되고, 스튜디오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슈퍼 IP 화 시키려고 하고(<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같은)... 이런 것들을 반복 또 반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작품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실망하면 가차 없이 돌아서는 것이 팬덤이므로. '기존 팬덤을 잡고, (원작을 모르는) 새로운 타깃층으로까지 확장한다' 이것이 슈퍼 IP 기반 작품들의 공통의 목표일 것입니다. <아케인>은 이를 충족시킨 작품이고요.



아케인의 성공 이유

<아케인>은 롤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저처럼, 롤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마법공학이니, 룬이니, 쉬머니, 검은 장미단이니… 온갖 용어들이 튀어나와 헷갈리기도 했는데요. 제대로 작품을 즐기려면 확실히 세계관 이해가 필수일 것 같아서 중간중간 찾아보면서 보고는 했습니다. 근데 게임을 잘 몰라도 <아케인>은 그냥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을 따라가도 재밌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게임의 연장선이 아닌, 독립적인 스토리로 봐도 무관하니까요.


<아케인>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입니다. 메인 플롯을 담당하는 것은 바이와 징크스 자매인데요. 두 자매는 자운이라는 지하 도시 출신이에요. 여기서 자운이란? <아케인>의 배경은 필트오버와 자운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데, 필트오버가 상업적으로 번성한 '밝음과 희망'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자운은 '어둠과 절망'에 대응되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습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자운 안에도 희망이 있고 오히려 더 강한 인간애, 연대 같은 것들이 있음을 알 수 있고 필트오버 내의 욕망, 추악함 같은 것들이 드러납니다. 아케인의 모든 것들은 그냥 평면적인 게 없습니다. 복합적입니다. 배경뿐 아니라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다층적이고 전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행동들을 예측하기 어렵죠.


게다가 캐릭터의 개성이 다양합니다. 각 캐릭터들은 게임에서는 ‘챔피언’으로 불리는데요. 게임을 할 때 이 챔피언을 선택해 플레이하게 됩니다. 게임에서는 다 한 가닥(?) 하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외모부터, 종족, 성격, 직위, 능력까지 무척이나 다채로운 인물이에요. 근육질, 똑똑한, 야망 있고 잔혹한, 마법 재능이 있는, 과학 천재지만 소시오패스인 여자 등 능력도 성격도 외모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자비 없이 싸우면서 다 짱을 먹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였습니다. (제 최애는 뭐니 뭐니 해도 성장캐 케이틀린 키라먼입니다) 미국 게임 스튜디오 IP를 바탕으로 프랑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작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여운이 남아 찾아본 메이킹 비하인드에서 '매디' 역할 목소리를 맡은 케이티 타운센드는 <아케인>의 매력을 "다층적인 여성(multilayered femininity)"라고 설명하는데 무척 적확한 표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짱 쎄고 멋진 캐릭터
관계성 맛집 메인 커플 케이틀린와 바이


아래는 주인공인 바이, 징크스 자매의 관계성이 잘 드러난 포스터입니다.

왼쪽이 시즌1, 오른쪽이 시즌2. 그 사이 변화를 알 수 있죠.


거기에 비주얼도 눈을 뗄 수 없는데요. 6년이라는 제작기간, 총 제작비 약 2억 5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진 애니메이션답게 2D, 3D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실감 나는 비주얼이 대단하죠. 라이엇게임즈와 같이 뮤직비디오를 작업해 온 프랑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포티셰 프로덕션과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정말 애니메이터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든 티가 납니다. 음악은 또 어떻고요. 리그 오브 레전드 2014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Warriors’의 이매진 드래곤스와 다시 만나 Enemy 라는 멋지고 장엄한 곡을 내놓았습니다.


작품 외적으로도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에 온 역량을 쏟았습니다. 시즌1의 홍보에 6000만 달러(800억 원) 가량 썼다고 하는데요. 단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비교해 봐도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아케인> 론칭에 맞춰서 게임 내에서도 스토리를 구현해서 게임과 함께 즐기도록 독려하고, 타사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및 포트나이트와도 협업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했죠. 이번 시즌2에 맞춰서 한국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콜라보해서 대규모의 팝업을 열기도 하고, 성수동에서 Act3 공개에 맞춰 팬페스트를 개최하는 것과 더불어 온갖 브랜드들과 콜라보하기도 했죠.


험난했던 제작과정

<아케인> 시즌1이 성공리에 막을 내리고 1년 후, 라이엇게임즈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Arcane : bridging the rift>를 공개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도 <아케인> 마케팅의 한 조각이겠지만, 팬들에게는 시즌2를 기다리는 동안 큰 선물이 되었죠. 다큐를 보면 그간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애초에 게임 회사가 장편 애니메이션 만들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프랑스의 포티셰도 짧은 뮤직비디오가 아닌 이런 긴 호흡의 장품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슈퍼 IP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실제 구체화시키고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것은 다른 문제겠지요. 라이엇 게임즈 회사 차원에서도 중간에 제작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해요.


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하고 끌고 간 크리스티안 링케(그는 현재 라이엇게임즈 애니메이션 부문 수장입니다) 같은 크리에이터들은 열정은 넘쳤지만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마음만 가지고 뚝딱 뚝딱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경험 많은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제작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끈기 있게, 조율하고, 협업하여 훌륭한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보통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영역이 다른 게임 회사가 애니메이션을?이라는 아이디어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제작비도 그렇죠. 디즈니의 <겨울왕국 2>의 제작비가 2억 달러 선이라고 생각하면…2억 5천만 달러의 아케인은 어마어마하긴 합니다. (물론 러닝타임 기준으로 보면 총 18부작인 <아케인>이 영화인 <겨울왕국 2>보다는 훨씬 적다고 볼 수 있겠지요)


라이엇 게임즈가 얻은 것

넷플릭스는 아케인에 회당 300만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2개의 시즌의 각 9화씩, 총 18개의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하면 총 5400만 달러 밖에 지불하지 않은 셈이죠. 총제작비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보통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제작비와 10%가량의 추가금을 지불하고, 넷플릭스가 전체 권리를 갖는 것이 그간 일반적인 계약인데요. <아케인>의 경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라이엇 게임즈의 의지였을 것 같네요. (넷플릭스로서는 적은 돈으로, 21년 당시 최고의 인기 시리즈를 구매했으니 ‘개이득’이었던 셈이죠. )


시즌1 공개 당시 라이엇 게임즈는 "아케인을 전적으로 자체 예산으로 제작한 뒤 OTT 플랫폼을 찾아간 결과 창작과 재정 부문에 대한 권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면 제작비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아케인> IP를 활용할 때마다 넷플릭스와 나눠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걸 보면 라이엇게임즈가 이 시리즈를 통해 지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새로운 분야에서 수익을 얻기 위함보다는 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거예요. 그동안 게임을 플레이하고 사랑해 준 게이머들에게 캐릭터들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크게 성공한 것 같아요.


2022년에 4개의 에미상을 수상하면서 브랜드 가치에 제고에 도움에 되었을 뿐 아니라, 게임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거라고 추정됩니다. 게임 내 스킨 판매, 관련 머천다이즈 판매 등으로도 부가 수익을 얻었을 것이고요. 라이엇이 공식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하진 않았지만, <아케인> 시즌 1 이후, 리그오브 레전드는 동시접속자수 1,400만 명 돌파, 리그 관련 게임에서 1억 8,000만 명이 플레이하는 등 역대 최고 플레이어 수를 기록했습니다.


게임 그 너머

라이엇 게임즈는 <아케인>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비록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TV와 영화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화인 했고요. 앞으로도 팬들에게 양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스튜디오 중에서도 원래 소위 ‘딴짓’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2018년엔 챔피언들로 구성된 K팝 아이돌 그룹인 K/DA ((여자) 아이들 소연, 미연 참여)를 선보이기도 했고, 헤비메탈 밴드 펜타킬, 힙합 그룹 트루 대미지, 최근엔 하트스틸(엑소 백현 참여)까지 내놓았습니다. 작년엔 뉴진스가 ‘GODS’라는 롤드컵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죠.

라이엇 게임즈는 ‘라이엇 게임즈 뮤직’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그동안 롤드컵 주제가 10곡을 포함해 750여 곡을 발표해 왔죠.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음악은 감정적 설득력이 높은 콘텐츠다. 롤드컵 주제가를 듣고 해당 대회 결승전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거나 가상 그룹의 팬이 되면서 챔피언들을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결국 음악은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K/DA


가장 중요한 점은 게임 팬들이 게임을 더 즐기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접근이 기존 팬과 신규 유저에게 모두 어필했다는 거예요.


<아케인> 시즌2 이후 차기작 아직 요원한 상태입니다. 올 초 플레이어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라이엇은 “아케인 이후의 다른 프로젝트들이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신규 콘텐츠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라이브액션(실사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아케인>의 크리에이터인 링케도 다음 시즌을 암시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요. 버라이어티 기사에 따르면, 디즈니,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출신 등 수많은 베테랑들을 영입하여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키우는 등 의지를 보여주었으나, 내부적인 갈등 등으로 CEO가 회사를 떠나고 엔터테인먼트 부문 자체도 해체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게임 시장 자체가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투자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보이네요.



한국의 경우 (feat. <오징어 게임>)


한국의 슈퍼IP는 무엇이 있을까요?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가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승리호>의 경우는 카카오엔터의 슈퍼 IP 프로젝트였는데요.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에서 영화 기획개발을 맡고 카카오엔터가 IP 확장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면서 시작됐고요. 영화 공개와 동시에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으로 웹툰 승리호가 연재되는 등 동시다발적 전략을 폈지만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스타 감독 배우가 참여하고, 한국 최고의 플랫폼이 온 물량을 쏟아도 쉽지 않았죠. 슈퍼 IP를 만드는 공식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아, <오징어 게임>도 떠오르네요. 넷플릭스가 손에 꼽는 슈퍼 IP죠. 원작을 바탕으로 게임, 리얼리티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오징어 게임>은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었습니다만,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자본이 들어갔고 넷플릭스의 콘텐츠입니다. 시즌2~3의 계약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줬을지 모르지만요. 이 작품이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넷플릭스라는 창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일단 수위 때문에 한국에서는 방송이 어려웠을 거고(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했을 거고요), 만약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들 그 당시 300억 규모의 제작비를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컸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라이엇 게임즈처럼 풍부한 게임 IP를 가진 한국의 게임 회사들은 어떨까요?


몇 년 전부터 한국 게임 회사들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될 것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 기획사 등에 투자하거나 MOU를 맺는 등 활로를 모색했는데요. 넥슨은 영화 어벤저스를 연출한 루소형제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고요.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 지분투자를 하고, VFX 기업인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죠. 하지만 아직은 큰 성과가 없습니다. 대부분 기획 단계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나마 성과를 보여준 건 FPS게임 ‘크로스파이어’ 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인데요. 2020년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을 공개했는데, 누적 시청 수 20억 회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어요.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실사 영화도 기획·개발 중입니다. 웹소설 대히트작인 <전지적 독자시점>의 실사화 영화에도 120억을 투자했는데요. 워낙 VFX가 중요한 영화일 거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엔터 회사 중 하이브의 사례는 눈여겨볼만합니다. 하이브는 ‘BTS’라는 슈퍼 IP를 게임,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BTS는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이자 세계관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하이브는 오리지널 스토리 IP도 개발하고 있는데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포맷 및 플랫폼을 통해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죠. 그간 다른 엔터사들이 기존 아이돌 세계관이나 콘셉트에 다른 형식을 결합했다면, 하이브의 전략은 조금 다른데요.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의 웹툰·웹소설은 ‘오리지널 스토리’와 ‘아티스트’가 협업하는 구조입니다. 만들어진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형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이브는 지난 2022년 1월 방탄소년단 웹툰 ‘세븐 페이츠 : 착호’(7 FATES: CHAKHO)을 시작으로 엔하이픈의 ‘다크 문(DARK MOON):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의 ‘크림슨 하트’ 엔팀(&TEAM)의 ‘다크 문 : 회색 도시’ 등을 웹툰화했고,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캐치! 티니핑> 을 언급하고 싶어요. 최근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대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해서 120만명(손익 분기점 50만)이 넘는 히트를 쳤죠. 에스파의 윈터가 OST를 부르고, 파산핑, 티니핑 테스트 등으로 온라인에서 바이럴되었던 영향이 컸죠. 원래 어린이들 사이에서 스타였던 하츄핑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을 뿐더러, 유아용 콘텐츠의 성공적인 확장이자 슈퍼 IP의 탄생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론

최근 게임 IP 기반의 영상화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는 ‘게임 원작 영화는 망한다’는 징크스가 있을 정도였는데, 이젠 달라졌죠.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범위도 다양하고요.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게임 IP 영화로서는 최대 흥행실적),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게임 IP 영상물 중 최고의 평가), 영화 <수퍼소닉>(3편까지 제작), 시리즈 <더 위처>, 영화 <언차티드>등 많습니다.


이들의 성공 이유로는 원작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영상 매체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점, 기술 발전으로 CG와 특수효과로 게임의 비주얼을 영상으로 구현 가능해졌다는 점, 영화뿐 아니라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여 폭넓은 관객층을 타깃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꼽힙니다. 결국엔 인기 많은 원작을 존중하고, 대중적인 요소들을 각 장르의 문법에 맞게 잘 버무렸다는 것이 요지일 것 같아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가족 관객을 주 타깃으로 했던 것처럼요.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화려하고 그러면서도 과거 게임을 좋아하던 부모 세대에게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까요.


<아케인>의 성공은 게임 공식에 머물러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판을 짰고, 거대 자본, 퀄리티에 대한 높은 기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 그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 진심 같은 것들이 어우러졌기에 가능 했다고 생각해요. 라이엇 게임즈가 첫번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였던 이 작품을 통해 손익 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얻어야한다고 생각했다면 <아케인>은 나올 수 없었을거예요. 그보다는 더 큰 그림을 본 것이겠죠. 저는 그간 좋아하던 게임 속 캐릭터들을 이렇게 멋지게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팬들이 부럽기까지 했어요. <아케인> 이후는 라이엇 게임즈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롤에는 24년 11월 기준으로 169명의 챔피언들이 있고, <아케인>에 나온 것은 정말 일부니까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들처럼요.




AI 로 요약하는 오늘의 뉴스레터(by Claude)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슈퍼 IP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원작 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특히 캐릭터의 다층적인 매력과 몰입감 있는 비주얼, 그리고 수준 높은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죠. <아케인>은 6년간의 제작 기간과 2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만든 대작으로, 단순한 게임 홍보를 넘어, IP의 성공적인 확장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공적인 IP 확장을 위해서는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대중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로 발행한 글입니다.

콘텐츠 카트 17

https://stib.ee/30TF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할리우드가 침체?! 광고요금제와 AI가 구원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