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부터

by 시그리드


영화가 뚜렷하게 말하고 있는 것

영화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마케팅 카피로 쓰이고 있는 ‘당신을 좌석에 못박아버릴 영화’ 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싶었다. 주인공 미리암과 줄리앙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앙투안의 폭력에 견뎌내는 그 순간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끔찍한 긴장의 순간이다. 그 과정을 거쳐 결국 벗어나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체험’ 하고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내 집의 문을 통해서 상대의 방을 지켜보면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지 않은가?


다르덴 형제와의 공통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와 비교되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연출, 배우들의 대사와 현장음으로만 채워진 배경음악 그리고 평범한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 다르덴 형제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따뜻한 시선과 달리 차가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훨씬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관객은 무슨 사건이 벌어질 지 러닝타임 내내 마음을 졸이며 봐야 한다. 특히나 아이인 줄리앙의 관점에서 전개가 되는데, 그가 자기 몸집의 몇 배나 되는듯 한 아빠 앙투안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압도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실제 줄리앙이 당했던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그것이 어떠했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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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변화

영화는 초반부 제3자인 판사의 입장에서 미리암과 앙투안의 이혼조정신청을 바라보는 장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관객은 꼭 판사라도 된 것처럼,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누가 더 거짓말쟁이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영화는 줄리앙의 시점으로, 그리고 마리암의 시점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괴물 같은 ‘그 사람’, 즉 앙투안이 그들의 안식처에 찾아와 목숨을 위협하는 장면에 이르면 극한의 두려움과 고통을 체험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엔딩에 이르면, 카메라는 그들의 집을 떠나 앞 집 부인의 관점을 취한다. 초반부와 같이 제3자의 시선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꼭 액자식 구성처럼, 외부자에서 당사자로 다시 외부자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연출을 통해사 감독은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고통을 관음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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