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산> 으로부터
이준익 감독은 최근 <동주>, <박열> 을 통해 일제시대 청춘의 일대기를 조명했고 <사도>나 <왕의 남자>를 통해 조선시대의 드라마를 유려하게 그려냈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님은 먼곳에> 라든지, 어려운 소재를 사려 깊게 다룬 <소원>이라든지 연출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감독이다.
<변산>은 그가 <라디오스타>, <황산벌>에서 보여준 로컬성, 코미디의 조화를 잘 그린 영화다.
지긋지긋한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고자 했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고향과 그곳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설정은 <레이디버드>와 살짝 닮았다. 다만, 가장 큰 차이가 있는데 성별을 차치하고서라도 주인공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레이디버드가 관계, 상황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캐릭터인데 반해, <변산>의 학수는 타인 특히 선미(김고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깨닫는 수동적인 캐릭터다.
아버지와의 화해도 모두 선미의 덕이고, 중요한 대사는 선미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그래서 사실 영화의 주인공은 학수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선미임이 분명하다. 거의 명언 제조기 수준.
특히, 김고은은 그동안 보아온 연기톤이긴 하지만 온몸을 던져서 코미디 연기를 하는 등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영화 속에서 남자 캐릭터들이 ‘남자는 금의환향 콤플렉스가 있어’ ‘남자들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거야’
같은 무매력의 한심한 대사들을 읊을 때 선미나 신현빈이 연기한 미경은 할 말을 한다.
뻔한 남성 성장서사극일 법한 이야기가 여성캐릭터들의 싱그러움으로 중화되는 느낌이다.
과정에서 어려움이 충분히 짐작은 가지만, <변산>의 마케팅 방향은 영화의 관람의향을 적극적으로 높이지 못하는 쪽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준익 감독의 ‘청춘3부작’은 분명 후킹한 포인트지만, 솔직히 박정민과 김고은의 청춘물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요소다.
게다가 극중 학수(박정민)가 래퍼라는 젊고 ‘힙한’ 설정을 부각시키려(아마도 젊은 타겟을 잡아야하기 때문일 것이다)선재물이나 PR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잘 먹히지 않는데에 있다.
전라도 변산이라는 배경이 훨씬 임팩트가 있어서,이 소재와 섞인 랩은 솔직히 촌스럽게 다가오는데 가장 강점인 로컬성을 지우고 힙합을 전면에 내세워 활용하다보니 타겟층도 잡지못하고 확장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코미디에 더 방점을 찍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입소문은 좋게 날 것 같고, BEP는 충분히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