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로부터
겨울 성수기 한국 대작영화들이 시장을 초토화한 한달여간의 시간이 지나고 영화 <코코 Coco, 2017>가 개봉했다. <코코>는 <인사이드 아웃> 이후 가장 인상적인 디즈니&픽사 영화였다.
<업>의 '우리는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어요' 에서 '소녀는 가족과 같은 소녀를 지키는 감정들로 부터 보호를 받으며 성장합니다' 라는 <인사이드 아웃> 을 지나 '가족의 사랑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입니다' 로 이어지는 <코코>에 이르기 까지 디즈니&픽사 영화들은 '가족' 이라는 주제에 열중해왔다.
디즈니는 굉장히 영리한 기업이므로, 전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소구하기 위한 인류보편적인 '가족' 이라는 테마를 주로 다루어왔던 것인데 픽사는 단순히 일차원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우정이나 성장 등 한 층 더 깊은 이야기로 풍성하게 했다.
<코코>는 <뮬란>, <포카혼타스> 등 비서구 지역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냈던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이전 작품보다 더 공들여 연구한 흔적이 보일 정도다. 픽사의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동물(혹은 미생물)이 주인공인 것 외에는 미국 혹은 서구 중심을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데 멕시코에서 실제 흥행에 성공한 것을 보면 이를 매우 잘 고증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한편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했다하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디즈니가 다루었다는 뿌듯함과 갈망이 흥행을 이끌었을 수도 있겠다.
이 영화의 장점은 죽음을 절대 부정적인 것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만약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기억한다면 (특히, 가족들) 사후세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사' 라는 유교적인 전통이 있는 것처럼 멕시코에서도 '죽은 자의 날(엘 디아데 무에르또스 Dia de muertos)'엔 조상들을 기리고, 죽은자들은 금잔화를 밟고 이승에 건너와 가족들을 볼 수 있다.
만약 이승에 본인의 사진을 놓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없다면 돌아오지 못하고, 저승에서조차 사라지는 2차 죽음의 단계야말로 진짜 죽음이라고 불린다.
유명인들은 죽어서도 명성을 얻고 기억해주는 사람 덕에 수백년을 저승의 세계에 머무르는데 프리다칼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명인들은 죽어서도 유명인이라는 설정은 죽어서조차 계층이 나눠져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한다.
죽은자들은 나를 기억하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불행하지 않아보인다. 영화는 내세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가족의 지지나 사랑이 없이 이룬 꿈이 의미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러면서도 정말 사랑한다면 가족의 꿈도 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과 사랑(가족)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처럼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면 공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죽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잊혀지는 것 이라는 것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매드맥스>에서 눅스가 '기억해줘'라고 죽기 전 외치는 것이라던지 <메이즈러너3>에서 뉴트가 남긴 편지 속 기억해달라는 말이라든지,
<고스트 스토리>에서 자신을 잊어가는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유령의 고독이라든지, 잊혀진다는 것은 가장 슬픈 일인 것도 같다.
<코코>의 타이틀 곡 'Remember me(기억해줘)'는 이 영화의 테마이기도하며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헥터가 자신의 딸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노래다.
마마 코코의 기억은 아버지 헥터의 바람과 달리 점차 사라지는데, 유일하게 헥터를 기억하는 것이 코코라는 점에서, 또 코코를 만나기 위해서는 코코의 기억이 필요하는 점에서 이 타이틀 곡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기억' 에 관한 영화인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마음 쓰고 있다는 것이고, 마음이 쓰인다는 것은 사랑의 동의어일 수 있다.
주요 플롯이 미구엘의 성장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목이 코코인 것도 결국 '코코가 아버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족이 결합되고 꿈을 인정받는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헥터는 코코에게 용서를 빌고, 참회하는데 그 과정에서 헥터가 끊임없이 프리다 칼로 분장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리다 칼로가 단순 유명 아티스트 인 것 이상으로, 실제 디에고 리베라 라는 남편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난을 겪었던 인물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가족을 버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픽사의 영화 중 첫 음악영화라고 한다. 보통의 디즈니 영화처럼 흥겹고 화려하면서도 본연의 메시지의 깊이는 여전하다. 마마 코코의 얼굴은 보자마자 눈물을 돌게할 정도로 눈물제조기 그 자체다.
<업>의 초반 4분 오프닝과 같은 감동을 준다.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딸과 딸에게 죽어서도 미안함을 간직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미구엘이 음악을 하고 싶어하고, 축복을 받아 현실로 돌아가고자하는 메인 플롯보다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의 결합이라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헥터와 같은 상황에 놓인 미구엘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보여줌으로써, 다 나은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 구조가 완벽하게 떨어져 역시 좋았다.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