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으로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 를 보았다.
감독은 스스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라는 좋은 영화가 있으니 꼭 봐달라고. 자신의 영화를 저렇게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책에서) 홍보하는 감독은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어린 딸이 10살이 되었을 때 보았으면 좋을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 글을 읽고나서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리 만무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을 캐스팅하여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주인공 형제 배우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모두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한다.
이 모든 것은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의 영향도 있겠지만 성인 배우들까지 아이들에 동화되어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다.
영화는 부모님이 이혼하여 따로 살게 된 형 코이치와 동생 류 형제가 오랜만에 다시 재회하였다가,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자체를 설명하면 이렇게 단순한데, 그 과정에서 소년들과 소년들의 친구들이 겪는 모험담이 끼어들면서 멋진 성장기가 된다.
코이치는 동생 류와 다시 합치기 위해서라면 화산이 폭발하는 기적을 기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형제는 새롭게 개통되는 신칸센을 보고 소원을 빌자고 약속하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그 재회엔 각 자의 소원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 한다. 외딴 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은 아닐지 마음을 졸이며 볼 수 밖에 없는데,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약간은 안심하게 된다.
아이들은 하루 동안의 여행을 거치며, 자란다. 가족이 다시 함께 사는 일이나 죽은 강아지가 살아 돌아오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코이치 말에 의하면 가족보다 세계를 택하고), 아버지를 부탁하며, 엄마에게 용기내어 꿈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던가?
류가 코이치에게 인디음악이 무엇이냐 묻자,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 이라고 답하는 장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