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염력> 으로부터
작년 개봉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설 시장을 보고 1월에 일찍 개봉을 잡았다느니, 새해 첫 흥행영화가 된다느니 여러 말이 있었던 영화 <염력>이 개봉을 했다.
영화의 가장 큰 셀링포인트로 보이는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이라는 카피라인을 필두로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한국형 코믹 히어로 영화를 표방하였는데 현재의 스코어로 보건데, 관객들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진 기시감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을 연상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연상호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비교되었던 적은 많았긴 했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괴물>의 플롯이나 설정과 유사하다.
사회에서 배척당한 소시민이 주인공으로, 주인공들이 겪는 상황 자체가 블랙코미디적으로 묘사되고,
어리숙한 아버지가 어른스러운 딸을 공권력의 도움 없이 무언가로부터 구하는 내용(무언가는 용역세력, 자본, 미국, 괴생물체) 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그러나 <염력>과 <괴물>은 차이는 여러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괴물>은 실제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상상을 미군의 폐기물 유출과 연관시키면서 그럴듯한 개연성을 부여한다. 괴물이라는 안타고니스트의 존재가 영화의 메시지 자체여서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염력>에서 초능력은 좀 다르게 묘사된다. 루미(심은경)의 어머니가 용역들과 몸싸움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 할 때, 우연히 하늘에선 혜성이 떨어진다.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과 교차편집되면서, 꼭 어머니가 보내는 선물 같은 혜성의 부속물을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살아온 아버지(류승룡)이 먹게 되면서 염력이 생기게 된다. 판타지 영화에 논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적대자가 자본/용역 등 철거를 이끄는 세력이라면 애초에 용역 과 싸워왔던 루미도 아니고 아버지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것이다.
<괴물>에서 딸을 끔찍히 아끼는 송강호를 비롯한 가족들은 고아성을 구하기 위해 똘똘 뭉쳐 스스로 무기를 들고 괴물과 싸운다. 괴물에게서 고아성을 구하는 것. 그들은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염력>의 류승룡은 10년 만에 '우연히'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돌아와, '아버지 행세'를 하고자하고 딸 때문에 (역시 어쩌다보니) 철거민들을 돕게 되고 그들의 영웅이 된다.
그렇다고 그의 힘이 철거의 백지화 라던지,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루미의 목표를 충족시킬 수 없다. 애초에 그는막연히 딸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 전부인데, 그들이 진심으로 철거민들과 동화된다던지 그래서 딸의 목표와 본인의 목표를 동일시 한다던지 그런 전개는 일어나지 않는다. 딸을 철거지역으로부터 빼내오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염력으로 방해자를 모두 없애버리고 굴복시켜버릴 수도 없다.
<괴물>에서 결국 괴물을 처단하고 딸을 구해내는 결말은 비록 죽음에 이르렀다고해도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괴물의 처단과 더불어 딸의 목표(아이를 구하는 것)을 동시에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력>은 후반부에나 이르러 제대로 염력을 사용하여 딸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딸 루미의 목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음으로서 답답함을 자아낸다. 아버지는 희생하여 딸을 구해냈다는 자기만족을 하고 끝이 나는 것이다.
<염력>은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사회적 메시지와 특히 '부성애'에 먹혀,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후반부 장면은 마음을 무겁게 했고, 연상호식 블랙코미디는 역시나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희생은 위대합니다' 라며 부성애로 모든 것을 봉합하려는 결말은 굉장히 안이했다는 생각이 든다. <괴물>은 온 가족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무언가와 싸우는 내용으로 장르적/사회적 만족도를 충족시켰다면, <염력>은 애초에 공감할 수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밖에 남지 않았다.
주인공 외에 캐릭터들의 사용이 미미하고 유기적이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정유미가 연기한 홍상무 캐릭터는 굉장히 재밌었다. <부산행>의 마요미를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정유미의 순수한듯 잔인하고, 귀엽고 소름끼치는 연기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