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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Apr 14. 2022

퇴사 후 근육을 키우는 일

장투하듯 삽니다 - 8 

퇴사 후 근육을 키우는 일

근육을 키우고 싶었다. 

단단한 코어 근육도, 매가리 없는 팔의 힘도 키우고 싶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키우고 싶었던 것은 글 근육이다. 


퇴사를 마음먹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간 주기적으로 썼던 것은 일기나 노트에 짧게 기록하는 영화 리뷰 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 나에게 글이란 회사에서 써야 했던 보고서나 제안서, 콘셉트 브리프 내지는 이직할 때 작성했던 자기소개서 정도였달까. 


매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입만 살았었다. 그렇게 게으른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퇴사를 결심하면서부터다. 회사 밖에서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지는지, 어떤 것이 나를 충만하게 하는지 고민해보았다.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은 글쓰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어렵다 어려워 글쓰기 

처음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쓰는 것조차 힘들었다. 완결성이 뚜렷한 정돈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짓눌렀다. 빈 화면 위에 커서는 깜빡거리고, 키보드 위에 손은 삐걱거리기만 했다. 스스로가 한심했다. 


억지로 글을 써야 하는 환경에 놓이면, 쓰지 않을까 싶어서 글쓰기 강의까지 찾아들었다. 매주 일정량의 과제가 있었고, 선생님에게 첨삭을 받기 위해서는 데드라인까지 글을 써야 했다. 2주 차까지는 잠을 줄이면서까지 마감시간을 지켜 글을 작성했다. 첨삭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3주가 지나고 정신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단 것이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냥 수업을 듣는 것에 만족하기로 자기 합리화를 했다. 글은 더 있다 쓰면 된다고. 써야 한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괜찮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력조차도 글을 쓰게 만들지 못했다. 

애초부터 글 근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의 마지막에 이르러, 선생님은  "욕심 내지 않고 평소보다 적은 양을 목표로 글을 써라. 글쓰기 근육이 늘어야 한다." 고 말씀하셨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을 그저 끄적거려보자고 마음먹었다. 비록 시답지 않더라도, 나를 알아가는 글들을 써보자고. 동생과 이야기했던 것, 친구들과 카톡 했던 것, 지나가다 본 풍경들 그렇게 조금씩 써 내려갔다. 글의 구성이나 길이는 두서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수월해졌다. 


여전히 쪼렙이지만, 언젠간 

여전히 글 쓰는 일은 어렵고, 가끔은 이게 맞는가 싶어 황망해진다. 몇 년 전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생각의 깊이나 글의 모양새가 더 나았던 것 같아서 좀 머쓱해질 때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 계속 쓰려고 한다. 그렇게 쓰는 것만이 글 근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에. 여전히 초보자 사냥터를 벗어나지 못한 쪼렙이지만, 언젠간 이 '나무칼'이 작은 '단검'으로 바뀌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땐 쓰는 것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글을 쓰는 행위는 스스로를 알아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통해서 

내 안을 직시하여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되고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쓸 것이다. 이 글을 봐준 고마운 당신도 함께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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