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반어적인 영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로부터

by 시그리드

아이폰 2대로 찍은 센세이셔널한 영화 <탠저린>의 감독 션 베이커의 차기작.

(<탠저린>은 만들어진 지 2년이 훌쩍 지나서야,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개봉을 앞두고 선개봉을 했다.)

뉴욕타임즈가 꼽은 2017년 최고의 영화이자, 공개 당시 아이들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동일한 제작사 A24의 영화라는 점에서 '제2의 <문라이트>' 라는 평이 붙었다.

<문라이트>, <내사랑> 등으로 아트영화 흥행작을 배출한 수입사 오드의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어느새 오드 라는 이름도 신뢰를 주는 포인트가 되었네.

<셰이프 오브 워터>에 이어 무척이나 기다렸던 영화다.


캘리포니아에서 플로리다로

션 베이커는 <탠저린>의 배경인 캘리포니아주의 LA로부터, 대륙의 반대편인 플로리다로 날아왔다.

그는 이번에도 다큐를 연상시키는 현실에 밀착한 카메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과 같이 그의 카메라는 거의 고정되어있지 않고 인물을 따라 움직이는데, 주인공인 아이들을 따라가기에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앞으로 내세우는 영화다. 디즈니 랜드 근처 파스텔톤으로 물든 '매직캐슬'과 '퓨처랜드' 에 사는 소녀 무니와 젠시, 스쿠티 와 같은 친구들이 겪는 일상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수년 전 집도 의료보험도 없이 모텔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고장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 관한 다큐였는데, 미국의 빈부격차와 빈곤층이 처한 비참한상황을 다루고 있었다. 이런 다큐의 묘사방법과 달리, 영화가 보여주는 그림은 청량한 하늘, 예쁜 페인트 색의 건물들, 그곳에서 티 없이 뛰어놓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화법이며, 다큐와 영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건물 매니저인 바비는 무심하게 아이들을 돌봐주는 인물이지만 개입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악역에 가장 잘어울리는 배우 윌렘 대포.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무서운 얼굴.

예쁜 필터로 바라본 반어적인 영화

플로리다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아이들은 장기거주층이 대부분인 모텔에서 놀잇거리를 찾고, 버려진 콘도에서 불장난을 하며, 배급받은 빵을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먹으며 자라난다.

현실에 카메라 앱을 키고 예쁜 필터를 킨다면 이런 풍경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보는 우리는 알고 있다. 그 필터를 걷어내면 보이는 불편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무니가 행복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그저 마음 놓고 바라볼 수는 없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확실하게 말한다. 발랄한 음악에, 연보라색 벽 아래 앉아 있는 아이들을 잡던 화면은 크레딧이 끝나자마자 급작스럽게 화면을 전환하고 모텔을 비춘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듯이.


이 모녀 관계는 또래 친구 같았는데, 사랑이 부족하지 않는 관계라는 점에서 좋았다.

무니는 친구같은 엄마 핼리와 살고 있다. 핼리는 완벽한 엄마는 아닐지라도, 딸에 대한 사랑은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 점이 영화에서 좋은 부분이었다. 비록 여유가 없고 능력은 없을지언정, 인간에 대한 책임감을 잃지않는 것. 영화에서 핼리는 생계유지를 위해 위법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녀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더 깊게 다루지 않은 것은 좀 아쉽긴 하다. 션 베이커의 여성들은 언제나 그랬듯 당당하고 강인하다. 핼리 뿐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 보호자들이 모두 그러하다.

각자의 집을 상징하는 색을 바꿔입은 듯한 무니와 젠시의 우정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는 무니의 손을 다짐하듯 꼭 붙잡고, 디즈니랜드를 향해 뛰어가는 젠시의 모습을 어느 누가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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