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필 Apr 04. 2023

과거도 리콜이 되나요?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와이프와 지인이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였다. 우리 부부는 저녁 때마다 ‘나는 솔로’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애에 임하는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반응과 태도를 보며 즐겁게 토론하곤 해서 지인도 혹시 보는지 물었던 상황에서였다. 지인은 ‘나는 솔로’ 말고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를 본다고 했다. 처음 들어 본 프로그램 제목에 나는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물었다. 이별한 연인이 다시 만나 멈췄던 연애를 다시 하기 위해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이별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이별할 확률이 높다. 20대까지는 그 말을 부정하려 했다. 사람은 달라질 수 있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30대가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주변에 그런 시도를 했던 커플들도 있었고 나 또한 그래 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이 실패로 그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모든 이별 후 다시 만남이 무조건 실패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나의 바람이 번번히 실패했었다는 것뿐.

  그런 의견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지인에게 혹시 헤어진 연인 중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단번에 없다고 했다. 그 질문은 곧 나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지인은 ’늦었다‘며 놀려댔다.

  내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지금의 내 상황을 포기하면서까지 헤어진 연인을 만나는 것을 얘기하는 건지, 과거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것으로 착각했다. 나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그 지난한 사랑과 상처를 반복하며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것인데 그것을 다시 포기하면서까지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내가 지나온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시절에 나는 무척이나 어리석고 서툴었다. ‘사랑’을 그저 ‘많이 좋아한다’는 것의 다른 말로 여기던 때의 나는 많은 실수도 했고 많이 기쁘기도 했고 또 많이 아프기도 했다. 몸서리 칠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들도 있지만 아마 당시의 나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법도, 상대를 배려하는 법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그리고 상처에 지나치게 아파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도 알려주고 싶다.

  지금의 나는 또 얼마가 지난 후의 나에게는 아쉬운 것들 투성이겠지만 그래도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지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