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어느덧 교직에 들어선 지 18년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왔다.
선생님이란 직업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대하는 직업이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18년의 시간 동안 교사를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교육부에서 큰 상을 받고 미국도 다녀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제법 잘 나가는 선생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도 이것저것 받고 강의도 여기저기 불려 가고 교육청에서 하는 사업에도 제법 참가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 있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문득문득 든다.
교사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승진을 위해서는 전직을 해서 행정일을 보는 장학사가 되어야 하는 시스템
만약 그것이 싫다면 수석교사가 되거나 그냥 담임교사로 정년퇴직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 들어 가장 자신 없는 것이 현장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학부모 전화를 받았다. 흥분하신 상태,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속사포처럼 따지고 쏟아내는 말에 18년 차 배테랑 교사도 상처를 받는다. 결국 마음에 속상함을 다 쏟아낸 후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스치고 내뱉고 전화를 끊으시는 어머니. 이 분은 마지막에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니 그나마 괜찮으신 분이다.
그래도 이런 전화를 받고 다음날 자녀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마음을 생각해 보셨을까? 그 아이가 장난꾸러기라서 유독 손이 많이 가고 화를 참아야 하는 순간이 많다면... 그 순간순간 내 마음에 어떤 억울함이 치솟는지 생각은 해 보셨을까.
훨씬 더 심한 상황도 많이 겪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즘은 후배 선생님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많이 든다.
앞으로 긴 시간이 남았는데 어찌 버티면서 지낼지, 그 사이사이 얼마나 많은 상처와 억울함이 쌓일지
언제까지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보람을 찾고 그것으로 만족하며 자신의 아픔을 달래야 하는가...
사회는 언제까지 우리를 이렇게 외면할 것인지 가끔은 화가 난다.
요즘 들어 방어적으로 변한 현장 분위기
학교는 직장일 뿐 선생님으로서의 어떠한 사명감도 갖지 않겠다는 젊은 선생님들
과연 그들에게 우리 선배들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미 나조차도 마음이 너덜너덜한데...
후배들한테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라고, 좋은 선생님이 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이 싫어서 탈출 같은 전직을 하고 장학사가 되는 많은 선생님들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좌절감은 깊으니깐
나도 어쩌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살얼음판 같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지면
전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내일 늦게 오세요."
스승의 날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나한테 해맑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씁쓸하고 조금은 속상한 스승의 날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