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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봉 Sep 26. 2024

요리 경력 49년 여경래 셰프, 왜 떨어졌을까?

백수저 신화의 균열,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힘

이전 글에서 백수저 셰프들을 찬양했다. 실력에 연륜이 더해질 때 꽃피는 예술의 경지를 이야기했다. 적어도 4화까지의 소감은 그랬다. 


https://brunch.co.kr/@ongbong/43


5화에서 여경래 셰프가 탈락했다. 요리 경력만 49년인 그는 흑백 요리사에 나온 그 누구도 감히 비비기 힘든 연륜을 지닌 셰프다. 내가 찬양하던 백수저 셰프의 논리라면 그가 붙어야 마땅한데, 왜? 과연 왜 떨어졌을까?


철가방 요리사는 영리했다. 제작진이 그를 영리한 캐릭터로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대사들만 뽑아낸 거라면 할말 없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는 상대의 수를 먼저 읽고 행동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그런 그는 여경래 셰프가 소꼬리로 찜을 할 것을 예상했고, 차별화를 두기 위해 조리법을 다양화했다. 삶은 것에 더해 튀기고 조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동파육의 뉘앙스를 섞어 중식 스타일로 재해석 했다. 


결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은 새로움이다. 그런데 진짜 대박으로 반응하려면, 익숙한 것을 가지고 새롭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려면 익숙한 것을 갈기갈기 해체해서 그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야한다. 전혀 새로운 것은 사람들에게 어렵다. 친숙한 것,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신선함을 주면 그것이 혁신이 되고 독창성이 된다. "어?" "대박인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경래 셰프도 꼬리찜에 잘 쓰지 않는 두반장 소스를 사용한다는 신선함을 더했지만, 철가방 셰프의 독창성에는 부족했다. 조리법, 소스 및 최종 스타일에까지 혁신을 담은 철가방 셰프에 비해서는 조금은 평이한 시도였다. 직접 맛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50년 가까이 되는 경력의 여경래 셰프가 탈락한 것은 단지 철가방 셰프보다 '모험'이 덜해서였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결국 연륜이 다는 아니다. 이전 글을 수정할 수도 없고 조금 난감하지만, 5화를 보고 느낀 점은 그러하다. 시간이 흐른다고 경험이 많이 쌓인다고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따라오지 않는다. 결국 엄청난 기량과 경력을 가진 백수저 셰프도, 이제 막 전문가 반열에 오른 흑수저 셰프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가진 것, 알고 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하며 부지런히 시도해야한다. 


응원하던 여경래 셰프가 탈락하여 아쉽지만, 아마 그도 이 사실을 알았기에, 철가방 요리사가 이 부분에 있어서 더 진심이었다는 걸 알았기에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어야죠.'하며 웃으며 탈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떤 분야에 있던지 간에, 내가 백수저든 흑수저든, 단순히 경력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끊임 없이 배우고 변화하려는 노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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