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의심: 지금의 일상이 정말, 내 의지일까?

관성처럼 흘러온 삶, 잠깐이라도 멈춰볼 수 있을까?

by 옹봉
관성(慣性)

1. 익숙해져 버린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든 성질.
2. [물리]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으면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등속도로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


"11년 차 됐어요." 내 경력을 들으면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란다. 사실 나조차도 놀랄 지경이다. 심지어 한 회사에서만 이토록 오랜 시간을 일해오다니.


"어떻게 버티셨어요?" 많이들 묻는다. 그때마다 뚜렷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글쎄요, 어쩌다 보니..."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버텨온 이유는 거창한 책임감도, 엄청난 성취감도, 고달픈 생계도 아닌ㅡ 그저 '관성'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


11년 차쯤 되면 더는 주니어라고 보기 어렵다. 시니어에 가까워질수록 일에 대한 태도는 진지해지고, 책임도 많아지고, 그만큼 리스크도 짊어진다.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나날 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휴가라도 다녀오면, 갑자기 이 모든 게ㅡ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분명 전쟁터에 있다가 잠시 떠났을 뿐인데, 돌아오니 문득ㅡ '이게 다 뭐였지?' 싶은 순간. 그런 순간을 최근 들어 자주 맞이했다.


휴가가 길어질수록 낯섦은 더 커진다. '도대체 무엇에 그토록 몰두하다 떠난 거였더라?' 생각도 나지 않는 그 감각. 그럴 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밤을 새우고, 울고, 웃고, 화내고, 소리쳤던 일들. 심각했던 회사 안의 순간들이ㅡ 마치 전생처럼 아득하게 멀어진다.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움직이던 것은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것은 계속 정지하려 한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그저 관성처럼 계속 출근해 왔던 것 아닐까? 매일의 출근길이 관성이 되어ㅡ 첫 출근이 3일이 되고, 10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1년, 3년, 5년... 그렇게 쌓여버린 익숙함이 오랜 습관이 되어, 지독한 관성이 되어ㅡ 그저 쉬어 버리지 못한 채,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린 건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ㅡ 관성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반대로, 쳇바퀴 관성을 멈추는 것도 가능할까?

10년간 이어진 직장인 관성이 아닌, 다른 삶의 관성으로도 살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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