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어른의 모습, 마주한 현실, 그리고 살아가는 법
첫 글에 따뜻한 공감을 나눠주신 분들 덕분에, 두 번째 글을 용기 내어 씁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믿었다.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으며,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복잡한 감정과 문제들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상상한 어른은 바빴지만 여유로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뜻한 저녁을 보내고, 카페에서는 차분한 얼굴로 책을 읽었으며, 회사에서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삶은 하나의 완성된 그림처럼 보였다. 아이였던 나는 그런 어른을 꿈꾸며 빨리 자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끝없는 선택과 책임 속에서 갈피를 잡아야 하는 일이었다. 경제적인 문제, 관계 속에서의 갈등, 끝없는 불확실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자유가 찾아온 줄 알았지만, 그 자유는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쌓여갔다.
카페에 앉아 책을 펼쳐도, 머릿속에서는 밀린 일과 내일의 계획이 떠오르기 일쑤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서로의 지친 얼굴을 보며 미소 짓기보다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았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다. 더 이상 누군가 대신 답을 내려주지 않았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랐다. 나의 결정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완전히 절망적인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선택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지쳐 쓰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른이 되면서 알게 된 소중한 것들도 있다. 진짜 친구를 가려볼 수 있는 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이해하는 힘.
언젠가 친구가 말했다. “우리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