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아니라 더 나은 길을 찾는 중
「서른 번의 낮, 당신에게 건네는 온기」
오늘부터 매일 정오, 글을 하나씩 올려보려 합니다.
크고 멋진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겠지요.
따뜻했던 순간, 지나간 마음, 문득 떠오른 생각들.
그런 것들을 천천히, 조용히 꺼내어 보려고 해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혹시 매일 정오가 조금 외롭다면,
그 시간에 이곳에 잠깐 들러주세요.
조용히 앉아, 당신의 마음도 따뜻해질 수 있도록
작지만 진심을 담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다.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아침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딱 1년 전 이맘때, 나는 카페를 정리했다. 매일 새벽 커피 머신을 돌리고, 주문을 외우고, 손님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시간이 끝났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마케터라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첫 직장.
8일.
8일 동안 나는 열심히 일했다. 배우려 했고, 적응하려 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의 대표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말이 바뀌었고, 내 업무가 아닌 일들을 떠넘겼고, 업무 외 시간에도 집에 가 일을 하라고 요구했다. 신입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매일 밤 퇴근하고 나면 진이 빠졌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졌다.
8일이 지나고, 나는 결정을 내렸다.
그곳에서 더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이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거실로 나와 커피를 내렸다. 향을 맡으며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예전의 카페 사장님도, 짧았던 마케터의 역할도 이제는 모두 내 일부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게 맞지 않는 길을 지나온 것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출근길이 막혀 답답하다는 SNS 글이 보였다.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친구의 메시지도.
나는 이제 거기에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었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아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이건, 내가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