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사이에서 찾은 조각들
「여섯 번째 정오」
내가 실패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이었을 것이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친구와 다투고, 시험지에 빨간 동그라미를 받은 날들. 그때의 나는 실패가 단순한 사건이라고 여겼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친구와는 화해하면 되고,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실패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더 깊숙이 스며드는 감정이 되었다. 창피함과 후회, 무력함과 두려움. 실패는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나를 휘감고 한동안 놓아주지 않는 안개 같았다.
처음으로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나는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기껏해야 몇 개의 숫자와 몇 마디 말로 평가되는 시험이었지만, 나는 그 결과를 나 자신과 동일시했다.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그 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는 몰랐다. 실패는 내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나는 여러 번 무너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꿈꾸던 기회를 놓쳤고, 믿었던 관계가 깨졌다. 실패는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준비한 곳에서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를 덮쳐왔다. 그러고 나면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실패한 이유가 아니라, 실패한 후에 내가 무엇을 하는가였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틈새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풀 한 포기를 보았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자리, 바람과 비를 그대로 맞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풀은 거기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실패 속에서도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나는 나의 실패를 더 천천히 바라보기로 했다.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찾기로 했다.
나는 실패를 통해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이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 법도 배웠다. 내 부족함과 한계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는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것.
이제 나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무기력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안다. 그 끝에 결국 내가 있다는 것을. 실패는 나를 부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나는 다시 일어난다. 비록 천천히라도, 다시.